이영훈 목사 “한국 혼돈 상태 언제까지 묻길래 이렇게 답했다”2025-01-30
“민간 외교 사절로서 韓美 정치·경제·종교적 협력과 연대 강조”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지난 27일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특별 대담에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경험했던 의미 있는 현장들을 소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2025년 새해 첫 달, 세계인의 시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현장이었던 워싱턴DC로 향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탄핵 정국으로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으로선 대외적으로도 커다란 변화의 시기를 직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간 외교 사절로 초청받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지난달 27일 교회에서 특별 대담을 진행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2박3일 간의 취임식 전 일정에 초청받은 이 목사는 “정치적 편가름을 넘어선 축하의 현장, 질서 의식이 돋보인 범국민의 축제였다”는 소감을 시작으로 의미 있었던 장면들을 최초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 알려진 폴라 화이트 목사, 마이클 플린 전 국가 안보 보좌관 등 주요 인사와의 만남을 소화한 이 목사는 양국의 기독교적 연대가 미칠 영향력을 거듭 확인했다고 전했다.
대담=강주화 종교국장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지난 27일 강주화 국민일보 종교국장과 특별 대담을 나누며 목회자로서 미국 대통령 취임식 현장에 참석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목회자로서 미국 대통령 취임식 전 일정에 초청받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정치,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시국이어서 우리 정부도 대표단을 보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실 취임식에 갈 계획이 없었는데 오랜 기간 교제해 온 미국 공화당의 주요 인사로부터 초청을 받았고 세계교회성장대회(CGI)로 인연을 맺은 후원자의 도움도 있었다. 크리스천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의 초청이 이뤄진 셈이다.
현장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온 국민의 축제로 열릴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곳곳에서 ‘할렐루야’ ‘아멘’으로 반응하는 참석자들을 보면서 교회 부흥회로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4박 5일을 지내는 동안 시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새벽부터 한파를 견디며 5~6시간 입장을 기다린 시민들이 ‘좌석 만석’이라는 안내를 듣고도 항의하지 않고 질서 있게 자리를 떠나는 모습도 신선한 감동이었다.”
-방미 일정 중 주요 인사들과 환담하며 한미 간 상호협력 메시지를 전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미국 내 주요 인사들은 ‘한국의 혼돈 상태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 염려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조속히 잘 마무리될 것이다. 혼란 가운데서도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는 변함없으며,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안보의 근본적인 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1기 국가 안보 보좌관을 맡았던 마이클 플린과는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두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핵심은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것처럼 한국도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투명한 태도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발표된 자료를 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 플린은 이를 통해 양국이 단순한 거래관계를 넘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연방하원 직전 법사위원장이자 현 금융위원장인 피트 세션스와의 대화도 기억에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오해하고 부분이 ‘한국은 부자나라니까 경제적으로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은 전 세계에서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일방적으로 한국이 미국에서 돈 버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기업이 많은 투자를 통해 미국과 경제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잘 돼 있다고 설명했고 세션스도 이를 정확히 이해했다.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트럼프 1기 국가 안보 보좌관을 맡았던 마이클 플린과 양국의 전략적 협력에 대해 환담을 나눈 뒤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플린과 세션스 모두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마가(MAGA)도 핵심은 ‘기독교적 가치관’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선거운동 당시 전국을 돌면서 분위기가 보수적 기독교로 회귀하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주요인은 젠더 문제로 인해 미국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마가승리집회 등에서의 연설에서 3차례에 걸쳐 ‘남성, 여성 외에 다른 성(性)은 없다. 트렌스젠더가 여성 스포츠 참여하는 것도 안 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민주당이 ‘성의 선택권은 본인이 갖고 있다’며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강조해 온 것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미국 내 보수적 기독교인이 민주당에 염증을 느껴 온 부분을 정책에 반영한 것이다.
방미 일정 중 가진 환담에서 한미동맹이 단순히 군사적 협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양국의 신앙적 가치와 문화적 유대를 바탕으로 더욱 깊은 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어필할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방미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 알려진 폴라 화이트 목사와의 인연이 알려지며 주목받기도 했다.
“폴라 화이트 목사와는 한미동맹의 중요성, 한국 교회의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 또 한국이 신앙적 유산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화이트 목사는 한국의 상황과 입장을 잘 알고 있는 분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과의 관계, 한미동맹 강화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잘 협력하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오는 4월 1일 뉴욕에서 개최되는 ‘한미동맹강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 지도자 기도회’에 주 강사로 초청했는데 흔쾌히 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은 신앙적 가치와 공공외교 차원에서도 큰 의의를 가진다. 한국과 미국은 기독교 신앙을 중심으로 한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이는 양국이 국제사회의 도전에 함께 대응하고, 더 나아가 세계 평화와 인권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2017년부터 워싱턴 뉴욕 하와이에서 지속적으로 개최해 온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 지도자 조찬기도회’도 이러한 신앙적 가치를 국제사회에서 공유하고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관련 행사 초청자들에게 배부된 공식 출입증. 신석현 포토그래퍼
-트럼프 정부의 불법 이민자 관련 정책, 북한과의 직접 협상 등도 주목 받는 이슈다.
“미국 내에서 불법적인 사람이 합법적인 사람의 자리 뺏으려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일단 멕시코 국경 통해 넘어오는 이들을 완전히 봉쇄하고, 정식적으로 비자 받고 일하는 것은 문제없도록 풀어나가고 있다.
여기서 한국 정치인들이 배워야하는 것은 ‘편 가르기’하지 말아야한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들이 이념 지역 계층 등으로 나뉘어 치유되기 힘들 정도로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지금은 대한민국은 한 민족이라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국민 대통합을 이뤄나가야 한다.
물론 교회도 그 중심에 서있어야 한다. 대북 관련 사안은 현재 대한민국 리더십 부재 상황이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 북한 문제는 대한민국이 모든 협상 과정에 함께해야 한다. 지금의 정치적 혼란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하는 이유다.”
-탄핵 정국 가운데 한국사회는 물론 한국교회 안에서도 대립이 여전하다.
“이럴 때일수록 교회와 성도들이 해야 할 역할은 명확하다. 갈등과 분열을 멈추고 화합과 치유의 길을 여는 것이다. 성경은 평화를 이루는 자를 복되다고 말씀한다(마 5:9). 우리가 개인을 넘어 공동체와 국가의 차원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화평을 이루는 자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비난과 정죄가 아닌 이해와 용서를 통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화해와 회복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
국민이 기대하는 지도자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국민을 섬기는 마음을 갖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공정과 정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정직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신뢰와 지지를 보내게 될 것이다.”
-사회적 혼란 속에서 시름하는 이웃들 소식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극심한 경제 불황 속에서 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단순히 영적인 돌봄을 넘어, 현실적인 지원과 회복을 위한 손길을 내미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번 설 명절을 맞아 10억원 규모의 구제금을 긴급히 지원하기로 했다. 또 탈북민 가정,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NGO 굿피플(회장 김천수)을 통해 10억 원 상당의 희망박스 생필품과 이불 지원, 1500여가정에 쌀을 전달하며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자 했다. 한국교회가 위로를 넘어 하나님의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지난 27일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특별 대담에서 올해 선교 14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의 역할과 성도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올해 한국교회는 선교 140주년을 맞는다. 세계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선교 140주년이란 역사적 전환점에서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와 국제사회를 향한 사명을 더욱 깊이 인식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교회의 선교적 활동은 이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필요를 존중하며 사역하고 계신 선교사들은 사랑과 헌신의 본이 되어 왔다. 앞으로도 한국교회는 이 사역을 계속해서 확대하고, 복음이 미치지 못한 지역에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동서양을 잇는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한국교회는 이 지리적 특성을 신앙적 차원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과제는 단순히 지역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안정과 연관되어 있다. 한국교회는 이 문제를 위해 기도하며, 화해와 화합의 메시지를 통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분열을 거듭해 온 과거의 잘못된 모습을 철저히 회개하고 연합과 일치에 힘써 세계 교회와 함께 복음의 빛을 널리 비추는 데 기여하기를 소망한다.”
최기영 기자(ky710@kmib.co.kr) 조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