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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신학자 獨 벨커 교수. 박종화-이영훈 목사 등 21세기 오순절..2012-04-18

세계적 신학자 獨 벨커 교수. 박종화-이영훈 목사 등 21세기 오순절 신학의 방향을 모색하다



“서구사회 이성적 신앙에 성령론 접목해 활기 불어넣어야”

미하엘 벨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교수는 독일 개혁신학을 대표하는 학자로 교의학(성령론 창조론 기독론 종말론)과 학제 간 연구(신학과 자연·사회과학 간 대화)의 세계적 대가다. 성령론에 깊은 조예를 지닌 그는 미국 시카고대 프린스턴신대 하버드대, 영국 캠브리지대 객원교수로 활동한 바 있다. 벨커 교수는 지난 5일 국민일보 빌딩에서 한국교회의 대표적 신학적·실천적 지성으로 손꼽히는 박종화 목사와 오순절 성령운동의 정통성을 잇고 있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를 만나 21세기 오순절 신학을 주제로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박 목사는 독일 튀빙겐대에서 신학박사를, 이 목사는 미국 템플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바 있다.

<참석자>

-미하엘 벨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교수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현요한 장신대 교수

(사회=김재진 숭실대 교수)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를 인도한 소감을 말씀해 달라.

△미하엘 벨커 교수=예배에서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성도들의 에너지가 매우 파워풀 했다. 기쁜 마음으로 하나님을 높이는 예배와 강력한 조직이 교회성장 요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일 오전 7시 예배 설교를 했는데 이른 아침 시간임에도 5000명의 성도가 참여했다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독일에선 ‘교회의 날’이라고 해서 2년에 한 번 개신교 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데 그보다 더 많은 교인들이 이른 아침에 모였다는 게 놀라웠다.

-오순절 신학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벨커 교수=성령에 깊은 관심을 갖기까지 신학적으로 긴 여정을 거쳤다. 처음엔 철학과 신학을 왕래하면서 독일 관념론, 변증학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 난관에 부딪혔는데 그 때 위르겐 몰트만 교수가 화이트헤드를 연구해보라고 조언해줬다. 화이트헤드는 과학의 자리로 가서 그 안에 있는 상식과 일반원리, 종교들을 서로 다른 진리의 추구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을 시도했다. 그는 독일 관념주의자들처럼 진리 추구에 있어 한 가지 이론만 주장하지 말고 다중의 준거(multiple references)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학자다. 이 점이 나의 상상력을 부추겼고, 철학연구에서 성서연구로 관심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성도들의 현실을 다루는 사실주의적 신학에 큰 관심을 갖게 됐으며, 여러 학문 안에 존재하는 신학 주제들을 찾아내고, 학제 간 교류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법의 신학(theology of the law)’을 발전시키게 됐다.

바르트, 본회퍼 및 몰트만의 기독론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나의 관심을 한데 담을 수 있는 기독론을 찾지 못했다. 이것이 성령사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고 그간의 개인적 경력을 바꾸게 했다. 그래서 성서적이며 영적인 주제와 성령의 부으심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신학연구는 창조와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부으심뿐만 아니라 성령의 역동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

△벨커 교수=오순절 신학 뿐만 아니라 성령과 관련된 모든 학문적 영역, 즉 오순절교단의 성령, 개혁주의의 성령, 동방정교회의 성령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에 있다. 제임스 던은 ‘초대교회는 합리성과 매우 강한 성령의 감성적 능력을 함께 갖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오순절 신학은 이성과 감정, 이 둘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최근 몇 년간 연구하고 있는 중요 주제다.

-오순절 신학이 한국교회에 미친 공헌은 무엇인가.

△이영훈 목사=1996년 미국의 하비 콕스 박사를 한국에 초청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오순절 현상에 대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콕스 박사는 오순절 진영에 속한 학자가 아니었기에 공정하게 한국에서 나타나는 오순절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많은 지도자들에게 유익한 시간이었다. 1928년 미국 오순절교단 선교사가 내한해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오순절 운동을 시작했으며, 1958년 조용기 목사님이 오순절 신학으로 교회를 시작했다. 당시 한국의 교회들은 하나님의 말씀과 전통을 갖고 있었지만 능력은 없었다. 그러나 조 목사님은 말씀과 전통뿐만 아니라 능력을 교회 안으로 가져왔고 그것이 곧 폭발적 교회성장으로 이어졌다.

-성령론이 21세기 건실한 교리로 발전해 가기 위한 신학적 전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 목사=오늘날 많은 교단과 교회가 오순절적인 예배 형태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의 여러 교회들을 다녀보면 장로교나 오순절교회 사이에 차이점을 발견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의 한국 교회가 오순절 성령운동의 요소를 많이 받아들이고 있기에 교단을 초월해서 ‘에큐메니컬 소사이어티’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지금 에큐메니컬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오순절 성령이 에큐메니컬한 요소들을 각 교회들에게 전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21세기 교회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는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 세계 선교를 위해 한국의 오순절 신학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엇인가.

△박종화 목사=한국교회는 설교 신앙생활 등 여러 면에서 오순절 교단과 같은 패턴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장로교나 감리교, 침례교 모두 오순절 교단과 거의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볼 수 있듯 한국의 에큐메니컬 운동은 성령 이해라는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교회 연합의 주요 주제를 발전시키는게 중요하다.

-장로교회와 오순절교회가 협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요한 교수=한국교회는 모두 성장 둔화나 후퇴라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장로교는 오순절교단으로부터 생명을 주는 성령의 능력, 변화시키는 성령의 능력, 치유의 능력들을 배울 필요가 있다. 벨커 교수가 자신의 저서에서도 언급했듯이 두 진영은 성령의 윤리적 차원, 특히 사회 윤리, 정의와 평화, 인종차별, 남녀차별과 성 이슈, 생태계 위기 문제에 대해 더욱 민감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향후 세계 신학의 주제가 무엇이 될 것으로 보는가.

△벨커 교수=칼뱅은 예수의 삼중직(왕, 선지자, 제사장직)뿐만 아니라 성령을 받은 그리스도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의 삼중직은 생명과 십자가, 부활을 가르치고 있다. 십자가 부활은 성령의 충만함과 함께 승화된다.

예수님은 치유와 교육에 힘쓰셨다. 독일은 전국민 의료보험과 교육을 의무화 했다. 이처럼 치유와 교육의 중요성은 세속사회에서 강조돼 왔으며, 어느 누구도 여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세속사회의 좋은 정책과 제도는 기독교 전통에서 나온 것이 많다. 이것이 성서의 놀라운 비밀이며 능력이다. 그런 점에서 기독론과 성령론은 함께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다음은 법 이슈다. 법의 신학은 법과대학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법학자들은 최근 한계를 인식하고 신학자들과의 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 믿음의 합리성과 법의 합리성을 상호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과거 신학과 과학이 대화에 나섰다면 지금은 신학과 법을 연계시키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창조는 단순히 자연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생명은 ‘생명의 영’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들과 대화하고 또 다른 생명의 영역과 연관시킬 뿐만 아니라 동시에 신학에 활기를 북돋는 창조론을 갖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균형 잡힌 기독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서구 사회에서 합리성은 신앙을 낙관적이며 이상적인 것으로 만들어 건조하게 했다. 물론 이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성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될 것이다. 바울의 지적처럼 우리는 감정과 이성을 함께 조화시켜야 한다.

-독일 신학은 방언 치유 환상 같은 성령의 개인적인 체험에 대해 신비적 사건으로 간주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성경에는 이런 사건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벨커 교수=독일 신학이 성경에 나오는 그런 경험을 부정한다기보다 은유적·추상적 경험으로 여긴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선 인간은 추상적 존재가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개인이라고 가르쳤다. 그러기 때문에 신학은 매우 구체적인 인간의 영과의 상호 연관시켜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인간의 영을 중심으로 신학을 표준화시켰고, 이것을 합리화하는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것이 바로 서양신학이 이성의 함정에 빠진 이유다. 그러나 우리는 이성과 감정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우리는 각 사람들에게 자신이 판단의 기준이며, 또한 절대적 판단기준은 하나님이심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성령은 매우 감성적이다. 우리가 그 안에서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기에 성령과 함께 하면 그보다 강한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성령이 아닌 다른 영과 있으면 그것은 매우 큰 위험성을 가진다.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의 부산 총회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면.

△벨커 교수=WCC는 에큐메니컬 운동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성령 안에서 하나됨을 위해선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삶의 방식과 신앙, 문화, 신학에 있어 다양성과 차이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영성, 신학 및 사회 활동을 하나로 모아 협력해야 한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