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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한기총 대표 “세월호 문제, 힘있는 사람이 양보해야”2014-09-19

 


한국 최대 보수 개신교단 수장으로 이례적 발언 ‘눈길’

“한기총은 중도보수의 입장이 맞다고 본다” 밝히기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새 대표회장을 맡은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한국 개신교 보수쪽을 대변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새 대표회장을 맡은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가 19일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힘있는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이날 서울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 사회가 4월16일로 멈춰있는데, 세월호 문제는 대승적 결단으로 크게 양보하지 않는 한 답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가톨릭의 염수정 추기경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과 달라, 한국 최대 교회이자 보수 개신교단 수장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이 목사는 이와 관련해 “기독교적으로도 가진 자들이 누리는 혜택이 많고 없는 자들을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세월호 문제도 힘 있는 사람들이 힘 없는 사람들을 돕고, 의견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접근해 가야지 정치적인 이슈로 가면 미궁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목사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유족들을 위해 기도도 하고 위로도 하고, 교회 차원에서 이스라엘에서 트라마우 치료 전문가를 초청해 유족들을 도와주기도 했지만, 세월호 특별법에 묶여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막혀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나, 유족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돼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야당도 힘 있는 사람이) 양보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줘야지 정치적으로 밀어붙이면 양보하려다가도 물러선다”고 말했다.


 


한기총은 지금까지 극우세력의 대변인 구실을 해왔다. 더구나 대표회장 선거를 둘러싼 ‘돈 선거’ 등 비리로 범기독교적인 한기총 해체운동을 불러오고, 주요 교단들이 이탈함으로써 대표성이 크게 손상됐다. 그런 와중에도 전임 홍재철 대표회장은 정관을 개정해 연임에 나서는 막장 드라마를 쓰며 박근혜 정권의 대변자 구실을 했다.


 


그 홍 회장을 계승해 2016년 1월까지 잔여 임기 동안 한기총을 이끌 이 목사는 “홍 목사는 19대 회장, 나는 20대 회장으로 내 길을 가겠다”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목소리 큰 소수가 전체를 움직이는데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하겠다”면서 “한기총은 극우가 아닌 중도보수의 입장이 맞다고 본다”고도 했다. 그는 “기독교는 섬기는 제사장적 기능과 비판하는 예언자적 사명 둘 모두 중요하다”며 “지도자와 공무원들이 타락하지않고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길 기도하겠다”고 했다.


 


이 목사는 조용기 목사의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조 목사를 비롯해 비리, 부패, 튀는 발언 등으로 도마에 오른 보수적 목사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는 “한기총 회장을 맡는다고 했을 때, 왜 불구덩이 속에 들어가려고 하느냐는 반대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가장 어려울 때가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한기총이 건전한 보수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해 소외된 이들을 섬기고, 멀리 통일을 준비하도록 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목사는 지난달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관련해 “교황이 방한에서 가난한 이들을 우선하도록 보여준 것은 상징성이 크다“면서 “그러나 그것이 실천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개신교 초기에 기독교정신으로 무장한 조만식 등 독립운동가, 민족지도자, 교육가들은 언행이 일치하는 삶을 살았는데 130년간 급성장하면서 순수한 모습을 잃어버렸다”면서 “많이 가진 쪽이 내려놓고, 섬기는 쪽으로 나아가며 자신부를 이를 말보다는 실천으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이 목사의 향후 행보까지 아직 예단하긴 이르다. 그러나 그는 극우 정치지도자들을 연상케하는 보수 목사들과는 다른 차원의 종교인다운 발언으로 임기의 첫문을 열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