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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초대석] “재벌 재산 절반만 내놔도 복지 수준 확 달라질 것”(1)2015-01-23














[신년 초대석]
“재벌 재산 절반만 내놔도 복지 수준 확 달라질 것”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 전국 교회 예산 1% 통일기금으로 적립하자

● 기회 된다면 北 김정은 만나겠다

● 조용기 원로목사 설교 중단은 교인 선택권 박탈

● 이건희 회장 벌떡 일어나 ‘전 재산 기부’ 선언하면…

● 보편적 복지보다 선별적 복지를 










 









 여의도로 넘어가는 마포대교에 은행잎이 너덜너덜 흩날린다. 멀리서 겨울의 발걸음 소리가 희미한 포성처럼 들린다. 낙엽이 머물던 자리는 곧 흰 눈으로 채워질 것이다.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긴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이영훈(60) 목사는 희망을 얘기했다.


이 목사는 단일교회로는 세계 최대(등록교인 49만7000명)라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2014년 9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 취임했다. ‘신앙은 보수, 행동은 진보’라는 지론을 가졌기에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을 지낸 그가 보수 성향의 한기총 회장을 맡은 건 ‘이례적이지만 예정된’ 변신이라 할 만했다. 11월 하순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이 목사를 만났다.


▼ 나이가 들어선지 낙엽을 보면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에 죽어가는 사람도 많고.


“시간을 의미 있고 보람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고 한 번뿐인 인생인데, 우리 사회는 불필요한 일에 너무 에너지를 쏟고 낭비하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까워요.”


▼ 2014년의 가장 큰 사건은 세월호 참사인데, 순복음교회 교인들이 두 번인가 안산시장을 찾아갔지요?


“인천순복음교회를 포함하면 우리 교단(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에서 세 번 갔죠. 처음 갔을 땐 마치 죽은 도시처럼 적막감이 감돌았어요. 가게 문은 열어놓았지만 물건 사는 사람이 없었지요. 시장을 찾기 전에 몇 가지 규칙을 만들었어요. 첫째, 깎지 말라. 둘째, 전도하지 말라….”


  


“힘 가진 쪽에서 양보해야” 


하루 4시간 잔다는 이 목사의 눈동자엔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엔 생기가 넘쳤다. 트레이드마크 같은 푸근한 미소도 여전했다. 그가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한민국은 2014년 4월 16일 이후 절망만 얘기해왔다”고.


“그날이 대한민국 시계가 멈춘 날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정치권과 유족 간 갈등의 연속이었죠. 거기엔 정부의 엉거주춤한 태도도 한몫했고요. 9·11 테러 났을 때 미국인 3000명 이상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사고 일주일 만에 정치권이 합의해 원만하게 수습했어요. ‘우리가 이대로 주저앉으면 안 된다’면서. 새로운 내일을 향한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죠. 그런데 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절망만 얘기했어요. 이래선 안 되겠다, 꿈과 희망을 얘기하자. 어떻게? 행동으로 보여줘야죠. 그래서 (안산시장에 가서) 물건 사는 일을 시작한 겁니다. 세월호 관련 모든 재판이 끝날 때까지 두 달에 한 번씩 가기로 했어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공방은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민생과 시급한 정책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한 치의 양보 없는 정쟁에 국민은 지쳤다. 관용과 포용을 강조하는 종교 지도자는 이 문제를 어떻게 봤을까.


“가장 큰 문제는 힘을 가진 쪽의 양보가 부족한 데 있어요. 노사관계나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유가족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을 때 정부에서 즉각 이를 수용하는 답변을 했어야 합니다. 그러면 더는 그런 말 안 하거든요.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진상 규명을 요구해요. 정부가 모든 문제에 대해 투명하고 당당하게 처리했다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내가 정부 관계자한테도 얘기했어요. 왜 유가족 요구에 곧바로 답을 주지 않고 애매모호한 말로 늑장부리느냐고. 그러니 더 오해가 생긴 것 아니냐고. 천안함 사건도 처음부터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했다면 그토록 의혹이 커지지 않았을 겁니다. 모든 걸 진실하게 얘기하고 사과할 건 사과했다면.”


▼ 정부와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근본적 문제인 것 같습니다.


“불신이 굉장히 깊습니다. 처음부터 있는 그대로 다 공개했어야 한다는 제 말이 바로 그 뜻입니다. 결국 나중에 CC(폐쇄회로)TV니 동영상이니 해서 (진상이) 다 드러났잖아요. 잘못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과하고 시작했더라면 훨씬 덜 섭섭했을 겁니다.”


▼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둘러싼 논란도 그렇지요.


“사실 별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처음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다보니 이상해진 거예요. 오해가 오해를 불러일으킨 상황이 됐죠.”


▼ 세월호 참사는 인재(人災)였습니다.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 학생이었지요.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신학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인간의 탐욕과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가 빚은 참사죠. 이 사건에서 우리가 꼭 짚어야 할 문제는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책임의식과 사명감입니다.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지도적 자리에 앉으면 안 됩니다.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수 있죠.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죄성을 반성해야 해요. 철저한 반성과 회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