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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포스트코로나 한국교회 길을 묻다2020-12-01

코로나19는 IMF 구제금융 이후 최악의 충격을 한국사회에 던졌다. 실직 파산 질병의 고통이 가장 약한 자들부터 덮쳤고 성장지상주의, 물질주의 등 현대사회를 지배하던 가치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한국교회는 한마음으로 나눔과 섬김에 나섰지만, 일부 교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과 모이는 예배를 둘러싼 논란에 가려 빛이 바랬다.
국민일보는 창간 32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의 코로나19 대응을 점검하고 극복 방향을 모색하는 연속 대담을 마련했다. 첫 순서로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대표총회장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이철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을 초청해 대담을 가졌다.

이영훈 기하성 대표총회장(오른쪽)과 이철 기감 감독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대담을 갖고 한국교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밝게 웃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사회=정진영 종교국장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 한국교회의 소명이 막중합니다.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도 제목은 어떠해야 할까요.

이영훈 총회장=성경은 창세기 1장부터 영원한 희망을 말씀합니다. 절망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죽음 이후 부활이 있듯이 지금 이 절망도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절대 긍정, 절대 희망의 믿음을 갖고 극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염려하고 근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마음속에 긍정적 신앙, 부활 신앙을 가지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철 감독회장=이 땅에 복음이 전해진 뒤 상황과 환경, 여건은 계속 바뀌어왔습니다. 하지만 복음은 언제나 생명 소망을 얘기하며 이겨냈지 주저앉은 적이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복음의 소망을 갖고 이겨내며 영원한 소망을 전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삶이자 복음입니다. 코로나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주신 소망을 바라보고 어려움을 극복해내며 더 큰 성숙함을 이뤄야 합니다.

-지금은 위드 코로나이지만, 언젠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올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요.

이 감독회장=비대면 시대에 복음을 전하기가 어려워지지 않겠냐고 얘기하지만, 오히려 반대라고 봅니다. 비대면이 만남의 가치를 더 높였기 때문입니다. 만남에 대한 갈급함이 더 커졌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진정한 만남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한국교회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을 깊이 사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소그룹 지도자를 단단히 양육해야 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교회를 볼 때 건물이나 조직이 아니라 교인들의 삶을 봅니다. 코로나19가 한국교회에 더 깊은 성숙의 방향으로 갈 기회를 줬다고 봅니다.

이 총회장=사도행전 7장에서 스데반이 돌에 맞아 죽은 뒤 8장에 ‘흩어진 이들이 두루 다니며 복음 전할 때’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는 모이는 교회가 흩어지는 교회의 기능도 가져야 함을 말합니다. 한국교회가 모이는 것에만 갈급했는데 이제는 흩어져 세상으로 들어가는 교회가 돼야 합니다.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선교사가 돼 사회를 변화시키고 선교 사명을 감당하는 영적 지도자가 돼야 합니다. 기독교가 사회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계기를 코로나19가 만들었다고 봅니다.

-한국교회는 비판과 질타도 많이 받았습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더 성숙한 역할과 책임을 감당하려면 어디에 주안점을 둬야 할까요.

이 감독회장=비판을 접하면 보통 분노부터 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비판 앞에서 회개부터 해야합니다. 그래야 개선할 수 있고 더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신앙은 힘의 논리로 가면 안 됩니다. 역사가 증언하는 건 순교할 때, 박해받을 때 교회가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힘이 세고 수가 많아 힘으로 밀고 가려 할 땐 외면받았습니다. 예수님부터 희생과 용서로 오셨습니다. 그런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교인의 삶의 진정성이나 신앙을 보고 교회를 평가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신앙적으로 성숙한 삶을 살며 열매를 맺을 때 세상은 우릴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인정해줄 것입니다.

-초갈등사회라고 합니다. 교회가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총회장=일차적으로 교회가 반성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끝없는 분열과 다툼으로 신뢰가 추락했습니다. 코로나19로 멈춰있는 지금이 신뢰를 회복할 좋은 기회입니다. 3·1운동 때는 교파를 초월해서 하나가 돼 독립운동을 주도했습니다. 나와 다른 이를 적으로 몰지 말고, 다름을 인정하며 관용과 포용으로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하나 됨의 공동체를 이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행함으로 나가야 합니다. 세월호 사건 때 저희는 경기도 안산 전통시장엘 갔습니다. 처음엔 이벤트성이 아닌가 의심하던 시각이 3년간 12번을 갔더니 달라졌습니다. 침체된 상권이 살아나면서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일에 한국교회가 하나 돼야 합니다. 감리교 창시자인 웨슬리는 두 가지를 중요하게 봤는데, 사회 구원과 개인 구원입니다.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은 잘하는데 사회구원이 부족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 한국교회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움직임이 늘고 있습니다.

이 감독회장=제가 1984년 유학을 갔을 때 미국은 동성애와 젠더 문제로 막 논란이 일고 있었습니다. 40년 가까이 지났지만, 지금도 결론을 못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논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예스’나 ‘노’냐고 묻고 있습니다. 너무 빠릅니다. 지금 우린 상황이나 문화 모두 동성애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차금법은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이 총회장=기독교는 동성애를 죄악으로 봅니다. 동성애자들은 ‘인권 침해다’ ‘차별이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동성애가 죄라고 가르치지 돌을 던지라고 하지 않습니다. 정죄하라고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하나님은 동성애자든 아니든 모두 사랑하십니다. 차금법은 소수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다수의 인권을 차별하는 역차별법입니다. 반대 의견을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입니다. 현행 법으로도 인권은 충분히 보장됩니다. 차금법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올해를 되돌아볼 때 개인적으로나 목회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없으셨는지요.

이 총회장=코로나19로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갖게 돼 감사합니다. 그동안 바빴습니다. ‘하나님 일 하느라 바빠서 하나님 만날 시간이 적다’는 우스갯소리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해외 일정이 취소돼 개인 시간을 많이 가지며 자기성찰도 하고 성경도 더 많이 보고 책도 더 많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기도할 시간도 더 얻게 돼 영적 성장의 기회가 됐습니다. 교회 예배가 제한된 아쉬움은 물론 크지만, 내 부족함과 연약함을 보고 말씀, 기도, 신앙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감독회장=목회를 마무리하고 총회 본부로 들어오며 지난날을 돌아봤습니다. 회개도 많이 했습니다. 어떤 상황이나 환경의 변화가 있을 땐 하나님께서 그 변화를 통해 우리가 보게 하시고, 말씀하시고, 더 깊이 교제하시길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으면, 사람 귀한 것도 사역 귀한 것도 몰랐을 텐데 하나님 은혜가 참 귀합니다.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한 이해도 더 깊어졌습니다. 최선을 다해 들으려 합니다.

-한국교회와 크리스천은 새해 어떤 길을 자문하고 자답하며 길을 찾아야 할까요.

이 감독회장=전쟁이나 환란이 닥치면 ‘하나님께선 그저 관망하신다, 안 계신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전혀 아닙니다. 하나님은 일하고 계십니다. 저는 요한복음 5장 17절, ‘내 아버지께서 지금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는 말씀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왔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일하고 계시고, 이 시대 변화를 통해 한국교회에 말씀하고 계십니다. 한국교회가 이를 깊이 성찰하고 진솔하게 하나님 앞에 나아가면 길을 주실 것입니다. 성찰하고 회개하고 변화된다면 하나님께서는 한국교회를 통해 일하실 것입니다.

이 총회장=한국교회는 코로나19를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 복음의 핵심인 ‘부활 신앙’으로 이겨낼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을 향한 온라인 비대면 예배를 통해 더 많은 복음이 증거되고 유튜브로 눈을 돌리는 다음세대에 맞춘 선교도 활발해질 것입니다. 젊은이들에게 복음이 전파되고 복음이 사회 속으로 스며들어 이 고비를 넘긴 뒤엔 기독교가 젊은이들의 종교로 바뀔 것입니다. 차세대에 젊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되리라 기대합니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이 사회를 보며 꿈과 희망을 품고 나아가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세상에 꿈과 희망을 주는 시대가 오길 바랍니다.


[기자]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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