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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조용기` 시대 개막 … 조목사 후임에 이영훈 목사 선출2006-11-12

"투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이영훈 목사 435표,최명우 목사 285표,고경환 목사 204표,무효 9표.이영훈 목사가 우리 교회의 담임목사 서리로 선출됐습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제2교육관 11층 세미나실.이 교회 당회장 조용기 목사가 자신의 뒤를 이을 후임 담임목사를 선출하기 위해 열린 임시당회에서 투표 결과를 발표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신자 수 75만명의 세계 최대 교회를 맡아 '포스트 조용기 시대'를 이끌어갈 인물이 결정된 것이다.

조 목사가 공식 은퇴하는 2008년 말까지 '담임목사 서리'로 일하며 '수습(修習) 기간'을 갖게 될 이영훈 목사(52·순복음la교회 담임)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함께 성장한 인물이다.

이 교회 초대장로이자 장로회장을 역임한 이경선 장로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교회 주일학교를 다녔다.



연세대 신학과와 연합신학대학원,순복음신학원 신학과,웨스터민스터 신학대학원을 거쳐 템플대에서 교회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목사는 이처럼 탄탄한 신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순복음교회의 신학을 정립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교회 부설 국제신학연구원 원장을 역임하며 '영혼이 잘 되고,범사가 잘 되고,건강하게 되리라'는 조 목사의 '3박자 축복과 성령운동을 신학적으로 뒷받침했다.

이 목사는 또 순복음동경교회와 la교회 담임목사를 맡을 정도로 영어와 일어에도 능통하며 합리적 성격과 탈(脫) 권위적 목회 스타일로 신자들의 신망이 두텁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이종은 원로장로는 "이 목사는 우리 교회의 역사와 생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 상하 간,기관 간 융합을 잘 이뤄낼 것"이라며 "50년 역사의 순복음교회 전통을 이어나갈 최적임자"라고 평했다.

1500여명의 장로 가운데 933명이 참여한 이날 투표에 앞서 조 목사는 "제가 48년간 이끌어온 교회의 바통을 후임자에게 넘겨줄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면서 "지난달 29일 교회 운영위원회가 7명의 후보 가운데 압축한 3명의 후보는 누가 돼도 감사한 나의 금쪽 같은 제자들"이라고 말했다.

조 목사는 또 "주의 종은 성령이 부르시는 것이지 사람이 뽑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용기의 선호를 보지 말고 성령을 마음으로 듣고 투표하라"고 주문했다.

조 목사는 "나는 후임자 선출과 관련해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다"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채 결과를 지켜봤다.

하지만 후임자 결정에도 불구하고 조 목사의 교회 내 영향력은 여전할 전망이다.

후임자로 뽑힌 이 목사는 앞으로 2년 동안 담임목사 서리로서 활동하게 되며 2009년 2월 20세 이상의 침례교인이 참석하는 공동의회의 추대를 거쳐 정식 담임목사가 된다.

이 기간 조 목사는 교무·행정 등 담임목사의 권한을 단계적으로 이양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목사가 담임목사를 맡더라도 주일예배 가운데 하나는 맡을 것 같다는 것이 교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한 자신의 영어이름을 딴 세계선교기구인 dcem 이사장과 국제구호단체 '선한사람들' 이사장,재단복임 순복음선교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어 활동력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1958년 서울 대조동에서 교인 5명의 천막교회로 출발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현재 75만여명의 신자와 서울·수도권에 21개 지성전을 갖춘 세계 최대 교회로서 강력한 카리스마로 세계적 교회를 일군 조 목사의 후임자 결정에 안팎의 관심이 쏠려왔다.

가족이나 친인척 간 대물림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던 다른 대형 교회와 달리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후임자를 정했다는 점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주목된다.

다만 조 목사가 2년간의 후임자 교육을 마친 뒤 원로목사로서 후임자의 목회에 조언은 하되 목회와 행정의 전권은 과감히 물려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