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 비전, 세계와 공유하다 <3>
이영훈 총재가 말하는 CGI·세계교회성장대회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만난 이영훈 목사. 국제교회성장연구원(CGI) 총재인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국교회가 많은 공격을 받았는데 CGI 세계교회성장대회를 통해 부흥의 새로운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웅 기자
국제교회성장연구원(CGI)은 조용기(1936~2021) 목사가 벌인 해외 선교 사역에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단체다. 조 목사가 1976년 설립한 CGI는 그가 전개한 세계 사역의 교두보였다고도 할 수 있다. 지구촌의 수많은 목회자가 조 목사가 일군 전인미답의 부흥 노하우를 듣기 위해 CGI에 모이곤 했다. 현재 조 목사의 바통을 이어받아 CGI 총재를 맡은 이는 이영훈(70)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다. 지난 2일 여의도 교회에서 만난 이 목사는 CGI가 갖는 의미를 설명하면서 과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영적 부흥이 쉽지 않은 나라로 여겨지던 이 나라에서 조 목사는 말씀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교회 성장의 꿈을 품으라고, 부정적 생각은 떨쳐버리라고. 이 목사는 "조 목사님은 그 나라 목회자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줬고 이것은 오스트레일리아 교회들의 부흥으로 이어졌다"며 "CGI가 하는 일이 이와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는 23~26일 열리는 제30회 CGI 세계교회성장대회가 갖는 의미를 자세히 들려줬다. 다음은 이 목사와 가진 대담 내용.
대담=이명희 종교국장
-CGI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드리고 싶다.
“CGI는 세계 교회 성장을 위해 노력한 조 목사님의 업적이 녹아 있는 단체다. 조 목사님이 만든 교회 성장의 원리에 동의한 지구촌 메가처치 목회자들의 네트워크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국경과 교파를 초월해 교회 성장을 꿈꾸는 목회자들이 모여 있다. 1976년 세워졌으니 2년 후면 설립 50주년을 맞는데 조 목사님과 함께 CGI를 만든 1세대 목회자들은 대부분 은퇴하거나 세상을 떠난 상태다. 이제 그다음 세대의 목회자들이 CGI를 이끌고 있다. 앞으로는 이들이 세계 교회의 새로운 부흥을 이끌 것이다. 이번 대회는 이들이 모여 차세대 부흥의 비전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교회성장대회가 어느덧 30회를 맞았는데.
“올해부터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도 문호를 크게 개방하기로 했다. 국내 목회자 2000명 정도가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목회자까지 합하면 참가 목회자 규모는 5000명이 넘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교회에서는 부흥의 노하우를 공유하려고 해도 교파 장벽 탓에 그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교파를 초월해 모든 교회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 ‘교회 성장’이 곧 선교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계교회성장대회는 국내에서는 격년으로 열리는데, 2년 뒤에는 국내외 목회자가 절반씩 참여하는 대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땐 국내외 목회자가 그야말로 하나가 되는 행사가 될 것이다.”
-지난달 열린 제4차 로잔대회를 시작으로 올가을 대형 행사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한국교회에 영적 부흥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2022년 세계오순절대회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 교회의 대부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실제로 그렇다.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부흥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 내년 세계교회성장대회를 브라질에서 열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우리도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부흥의 파도를 함께 타고 가야 한다. 한국교회가 주도권을 쥐고 세계 교회의 부흥을 이끌어야 한다. 이번 세계교회성장대회가 그런 역할을 할 것이다.”
-로잔대회와 CGI 세계교회성장대회의 차이점은 뭔가.
“로잔대회는 복음주의 교회를 이끄는 이들이 모여 선교 전략 등을 협의하는 현장이다. 로잔대회가 ‘이론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행사라면 세계교회성장대회는 교회 성장을 위한 ‘실질적 대화’가 이뤄지는 자리다. 어떻게 하면 교회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 어떤 방법을 써야 더 많은 사람을 교회로 이끌 수 있나…. 이 같은 실질적 부흥 원리를 공유하는 행사가 세계교회성장대회다.”
-일각에서는 너무 대형 교회만 부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미국 신학자 하워드 스나이더는 1980년대에 이미 도시의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교회 성장이 진행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이 같은 전망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지방의 작은 교회들도 함께 부흥하는 동반 성장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회 성장에 필요한 원리나 이론은 대형 교회든 소형 교회든 비슷하다. 세계교회성장대회에 참가하면 이런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강사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목회자들이 대거 한국을 찾는다. 회원 성도만 6억8000만명에 달하는 세계오순절협회(PWF) 총재인 윌리엄 윌슨 목사를 시작으로 세계복음주의연맹(WEA) 부회장인 오스트리아의 프랭크 힌켈만 목사, 세계하나님의성회(WAGF) 총회장인 싱가포르 도미닉 여 목사 등이 말씀을 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 알려진 폴라 화이트 목사의 강연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40년 넘게 성경공부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 최대 교회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교회로 알려진 갈보리템플교회의 사티시 쿠마르 목사, 아프리카 가나에서 활동하면서 전 세계에 4500개 넘는 교회를 세운 댁 휴워드 밀스 목사, 조 목사님의 ‘영적 아들’을 자처하는 싱가포르의 콩히 목사 등도 내한할 예정이다.”
-조용기 목사가 세계적 명성을 쌓는 데 CGI가 끼친 영향은 어느 정도였나.
“조 목사님이 본격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섰을 때 한국에서는 오순절 교회를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조 목사님은 아마도 이런 분위기 탓에 자연스럽게 해외로 눈을 돌리셨던 것 같다. 세계 교회나 학계에서는 이미 조 목사님이 전하는 교회 성장의 원리에 관심을 갖는 이가 많았다. 도널드 맥가브란(1897~1990) 같은 학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교회 성장이라는 분야가 학문으로 여겨지지 않던 시기에 이를 학문 분야로 끌어올린 학자이다. 그는 조 목사님의 교회 성장 이론을 높게 평가했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하비 콕스는 과거 오순절 운동을 다룬 책을 쓴 적이 있는데 거기에도 조 목사님과 관련된 이야기가 비중 있게 실려 있다. 이렇듯 조 목사님이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과정, 그 중심에 CGI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교회 지도자들은 한국교회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교회가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주 짧은 기간에 가장 크게 부흥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모든 국가에 복음이 들어갔다. 인도는 기독교 국가인 영국의 지배를 받았고 인도네시아도 장로교회가 많은 네덜란드가 오랫동안 지배했다. 중국도 1000년 전에 복음이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만큼의 부흥은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떻게 140년 만에 이렇게 큰 부흥을 일궜느냐는 것이다. 나는 그 원인을 ‘기도의 전통’에서 찾는다고 답하곤 한다. 조 목사님은 이 같은 전통 위에 오순절 교회의 핵심인 성령 충만의 신학을 보탰다. 오순절 신학의 한국화를 완성한 셈이다. 그리고 이것은 폭발적 부흥으로 이어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만 하더라도 5명으로 시작해 한때는 출석 성도가 78만명까지 늘었었다. 외국 목회자들은 이런 이유로 한국에 오면 우리 교회부터 찾곤 한다. 이번에 로잔대회에 참가한 목회자 중에서도 많은 이가 우리 교회를 방문했다. 그들 중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경기도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 방문이 꿈이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CGI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교회 성장 노하우가 담긴 ‘텍스트’를 만들고 싶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교회 성장 교재를 펴내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다.”
-세계 교회의 부흥이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나.
“조 목사님이 가장 강조하신 것은 성령 충만이었다. 이것이 바로 교회 부흥의 핵심이다. 요즘엔 사람들이 너무 부정적이다. 과거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어두웠는데 지금은 정신적 공황 탓에 세상 곳곳이 어둡다. 조 목사님은 절대 긍정의 정신을 바탕으로 어둠이 아니라 빛을 얘기한 목회자였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사라진다. 이게 바로 긍정의 신학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긍정의 믿음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종살이를 하다가 광야에서 죽었던 것도 부정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 한국인은 광야에서 떠돌던 이스라엘 백성 같다. 긍정의 이야기만 하자. 꿈을 꾸자.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자. 이것만이 답이다.”
정리=박지훈 기자(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