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년 전 종교개혁 정신 되새겨 교회의 부 축적 경계할 때
■ 자본주의 전파할 개성공단 폐쇄는 아쉬움 남아
■ 한국 교회, 같은 성경 보면서도 교파만 300개… 장벽 뛰어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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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노병사(生老病死). 인간이 살면서 느끼는 좌절과 공포, 고통. 가장 무거운 것은 죽음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것을 믿는 사람들을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났고 그것을 본 사람(증인)까지 있으니까.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 기독교의 양대 기둥, 가장 큰 명절인 이유다. 2017년 우리가 맞는 부활절과 부활의 의미는 무엇일까? 올해 부활절은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 3주기가 되는 4월 16일이다.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트라우마, 사람들 가슴에 맺힌 큰 생채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시발점이 됐다. 더불어 2017년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다. 500년 전 루터가 로마 가톨릭교회에 보낸 95개조의 건의서에서 그토록 신랄하게 성토했던 면죄부 등 물질적 타락, 큰 교회 짓기 경쟁에 대한 추궁을 한국교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부활절을 앞두고 한국에서 가장 큰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인 이영훈(62) 목사를 만났다. 이 목사는 순복음교회 70만 성도는 물론 1000만 기독교인을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으로 한국 개신교를 이끌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으로 물러났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를 놓고 국민의 처지와 입장에 따라 생각이 많이 다를 것입니다. 이 일을 통해 재삼 공감하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그 권력은 법에 의해 행사(Rule of Laws)되며 법 앞에는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법치주의 원칙의 엄정함입니다. 안타깝고 아쉬운 점이 있을지라도 이제 겸허히 수용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위대한 대한민국 만들기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어떤 경우라도 분열되어 다투면 안 되고 화합해서 하나 되는 길로 가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동서(東西), 남북(南北), 빈부(貧富), 노사(勞使), 남녀(男女), 노소(老小) 등으로 갈려 대립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통해 극심한 분열과 대립은 나라를 멸망으로 이끌었습니다. 단일민족인 우리가 반만년 역사를 통틀어 이렇게 격렬하게 다투고 분열한 적이 없습니다.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생각이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내몰기 때문에 갈등이 깊어지고 해결이 어렵습니다. 다름과 틀림은 구분해야 합니다. ‘다름’을 차이로 이해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나와 다르면 틀리다, 잘못됐다고 규정하기 때문에 갈등을 빚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합니다.”
‘다름’ 인정해야 평화 공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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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는 이러한 갈등을 통합하고 국민의 고통을 치유하기는커녕, 대립과 반목을 조장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영·호남 대결구도에 충청도까지 가세해서 지역갈등이 심화하고,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격렬해졌습니다. 여기에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노동자와 사용자 등등 극한 분열과 대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갈등과 불만이 해소되기는커녕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심화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정치 지도자들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긴 안목으로 꾸준하고 진지한 해결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언론과 종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특히 기독교가 ‘사랑으로 하나 되자’,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자.’ 이런 존중과 배려의 캠페인에 앞장서야 합니다.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으로 3연임 되셨죠? 한기총의 첫 번째 과제로 ‘한국 교회의 영적지도력 회복’을 꼽았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 교회는 구한말, 문화와 교육, 의료분야에서 근대화를 주도했습니다.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 중 16명이 기독교인이였습니다. 민족의 고난을 외면하지 않고, 앞장서서 해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교회 안에 머무르며 풍요로움에 안주하고 말았습니다. 끊임없는 분열과 교권주의, 권력지향주의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영적 지도력을 회복하자는 것은 구한말 근대화 시기 교회의 치열한 정신을 되찾자는 취지입니다. 하나님의 몸된 교회는 시대의 공의와 사랑 실천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교회의 국가적 사회적 역할을 되찾자는 취지로 받아들여집니다.
“1948년 5월 31일 대한민국의 첫 국회, 제헌의회가 소집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목사님이셨던 이윤영 제헌의원께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를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윤영 목사님의 기도문은 국회 속기록 첫 페이지에 실려 있습니다. 그 내용은 근대화와 독립, 건국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던 기독교의 역할에 관한 것입니다. 공의에 바탕하여 애국심으로 국민을 이끌고 사회에 봉사하는 역할을 지금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자는 것입니다.”
2017년은 교회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 교회를 이끄는 지도자로서 갖은 소감은?
“종교개혁은 로마 가톨릭이 초대교회의 정신과 모습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한국 교회 또한 새로워지고 개혁해야 합니다. 마르틴 루터가 지적한 95개조 반박문은 대부분 물질적인 문제입니다. 교회 증축을 위한 면죄부 발행 등 물질적 타락을 비판했던 것입니다. 당시 교회는 가난한 사람은 돕지 않고, 앞다투어 교회당만 화려하고 크게 치장했습니다. 초대교회 때는 교회 안팎에 가난한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가진 사람들이 자기 것을 모두 내놓고, 그것으로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 교회의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행태도 종교개혁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교회만 크게 짓고….
“초대교회가 행했던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섬김과 나눔을 회복해야 합니다. 영적인 재무장도 필요하고요. 순복음교회는 매년 재정의 3분의 1을 나눔과 섬김에 쓰고 있습니다. 교회가 부를 축적하면 안 됩니다. 교회부터 가장 먼저 내어 놓아야 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한동안 대형 교회, 헌금이 많이 걷히는 교회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 목사는 담임목사가 된 뒤 교회재정 투명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재정을 100% 공개하기로 하고, 매달 재정보고, 1년에 한 번 4개월간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은 뒤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 또한 순복음교회 전체 재산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와 여의도 순복음연합의 ‘기본재산’으로 등록해 함부로 사고 팔 수 없도록 했다. 순복음교회는 신도 수가 많지만 ‘부자교회’는 아니다. 이 목사에 따르면 신도의 70%가 서민층이다. 순복음교회는 교구, 구역별로 소년소녀 가장, 독거노인, 장애인을 지원하고 있다.
2008년 5월 순복음교회의 수장이 되신 이후 줄곧 초대교회 정신의 회복을 강조하셨는데요, 어떤 일을 해오셨습니까?
“초대교회의 신도들은 자기 것을 다 내놓았지요. 저는 초대교회의 모습을 ‘사랑의 공동체’,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라고 규정합니다. 기독교가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무엇보다 교회의 본질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교회는 매년 재정의 3분의 1을 섬김, 사회구제, 선교 사업에 쓰고 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최근 연간 예산은 1200억~1300억원 규모다. 사회구제와 선교사업에 400억원 이상을 쓰고 있는 셈이다.
초대 교회의 본성 회복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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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회장을 맡으신 적도 있고, 사회 현안에 대해 진보적인 목소리도 내시는데요?
“교회는 본질적으로 어렵고 소외된 이들, 서민을 섬겨야 합니다. 우리는 공존(共存), 공영(共榮)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혼자만 잘 살아서는 곤란하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돈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공동체의 운명이 달라집니다. 갈등과 대립으로 가기도 하고 평화로운 공존의 시대가 열리기도 합니다. 탄핵 정국 때도 나라 돈, 재벌 돈이 어디로 가느냐가 매우 민감한 문제였고, 그런 부당한 흐름을 보면서 국민이 분노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재벌도 과감하게 개혁하고 내어놓아야 합니다. 대선 주자들이 ‘반값등록금’ 같은 약속을 하지만 이런 공약(空約)이 아니라, 재벌이 통 크게 내놓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연간 2조원 정도면 반값 등록금 문제는 해결됩니다. 어떤 재벌이 10년간 꾸준히 내놓으면 부와 분배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달라지고 사회갈등을 극복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재벌이나 대기업 관계자들 상대로 설득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 데요?
“관심들은 많은데 막상 실천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누군가 창의적인 리더십으로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과거 이병철·정주영 회장 같은 분들이 보여 주셨던 과감하게 도전하고 실천하는 리더십이 아쉽습니다. 이제라도 재벌 총수들부터 앞장서서 이 나라, 대한민국 경제 살려보자 이렇게 팔 걷어붙이고 앞장서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못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돈이 있는데 투자에 적극 나서 주기만하면 일자리 창출은 해결됩니다. 요즘 4차산업 혁명도 우리나라가 뒤처지고 있다고 합니다. 투자를 망설이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 보건 인프라 구축 등 투자할 분야가 너무 많지 않습니까? ”
지금 대한민국은 GDP 2만 달러, 성장률 2%대 저상장의 덫에 갇혀 있습니다. 국가적 활력을 되찾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정부의 재정과 경제정책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민간의 영역이 정부를 능가합니다. 가진 자들부터 과감하게 내놓고, 내려놓는 결단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부(富)가 너무 재벌 등 한쪽으로 편중돼 있습니다. 4대 그룹 매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습니다. 한쪽으로 쏠려있는 재원을 과감하게 풀어서 신산업에 투자함으로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됩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창고에 잔뜩 돈을 쌓아놓기만 하고, 풀지 않으니까 돌지도 않는 순환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어떤 은행장님 얘기를 들어보니 돈이 은행에 쌓여만 있어서 문제라고 하시더라고요. 돈이 순환이 안 되니까 온갖 병이 다 생기는 거죠. 성장이 정체되면서 우리 경제는 소아비만증이랄까 뒤뚱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형세입니다. ”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17명으로 7년 만에 최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결혼과 출산은 신앙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일이죠?
“성경에는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나와 있습니다. 우리가 아이를 많이 낳아서 잘 기르는 것은 신앙적으로 성경의 지침을 충실히 따르는 것입니다. 올해 강원도에서는 초등학교 30여 곳에 신입생이 없었다고 합니다. 너무나 중대한 문제입니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시대입니다. 포기하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교회를 예로 들면, 출산 캠페인을 하고 출산장려금 제도를 만들어 지원하니까 출산이 3배로 늘었습니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책임지고 키워주겠다는 자세로 출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과거 산아제한 운동은 국가적으로 매달려서 효과를 봤는데 아이 낳기 캠페인은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국가공동체의 생존이 달린 시급한 문제에 탁상공론만 하고 있으면 늦습니다. 정책당국도 귀를 열고 현장의 소리에 맞는 대책을 내 놓아야 합니다.”
낙태·자살 문제 해결은 국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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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교회가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위기의식이 더 심할 것 같습니다.
“큰 위기입니다. 작년 한 해에 40만 명 정도가 새로 태어났는데 낙태가 17만 건이랍니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0년간 낙태문제만 잘 대처했어도 출산절벽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아이가 축복받는 생명으로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고 있겠습니까?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 프랑스의 출산정책을 배워야 합니다. 혼외자든 상관없이 무조건 낳기만 하면 국가가 모든 삶의 대책을 세워주겠다 정책으로 성공했습니다.”
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10년 연속 1위입니다. 하루 평균 37명이 자살을 합니다.
“작년에 2만2000명 가량이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만큼 태어나게 하는 것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인데, 성인이 돼서 죽으니까 손실이 크죠. 한국인의 주된 자살 원인이 우울증과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우울증과 스트레스는 치열한 생존경쟁과 피폐한 삶이 주된 원인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고난 중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리게 됩니다. 모든 사람의 위로자이며 소망이 되시는 하나님께 쉼없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회차원에서도 다양한 치유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건강한 공동체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부차원에서도 우울증에 대해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순복음교회는 많은 대북지원과 교류를 해왔습니다.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북한체제의 앞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저의 집안은 공산독재를 피해 월남한 기독교 가문입니다. 유물론 사상에 입각한 공산주의는 실패했고, 아무런 희망이 없습니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난 지 74년 만에 소련이 붕괴하면서 유물론과 공산주의도 폐기된 것입니다. 공산주의는 다 같이 평등하게 못살게 되어서 망한 것입니다. 지금 북한이 그 길을 가는데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 체제를 지키려고 핵무기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고 있는데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소련처럼 예상도 못하고 어느 날 갑자기 붕괴될 수 있다고 봅니다.”
순복음교회의 대북지원을 두고 보수층의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저는 개성공단을 폐쇄할 것이 아니라 10배 정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5만 명, 대부분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들인데 자본주의 남한체제를 동경하게 됐습니다. 지금 북한경제가 장마당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자본주의 장점, 맛을 알게 되었는데 개성공단 종업원의 수가 5만 명이 아니라 50만 명이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민간교류는 열어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런 교류장치가 있었다면 남한체제와 자본주의를 동경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저변이 확대돼서 북한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햇볕정책이 비판받았던 것은 대북지원이 핵개발로 돌아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건 없는 지원보다는 엄격한 관리과 감독이 가능한 지원을 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동시에 인도주의에 입각해서 활발한 민간교류와 대화의 창구를 열어 놓았더라면 북한에서 상당수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나눔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선교적 방식이 적용된 것이라고 봐야 하는 것입니까?
“북한에서 남한의 교회와 기독교단체에 나무 2억5000만 본을 심어달라, 북한 내의 200개 군(郡) 전체에 보건소를 세워달라고 부탁했었죠. 보건소 하나에 5만 내지 6만 달러가 드는데, 20~30개 정도 만들다가 지금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런 지원은 북한 주민에게 남한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갖게 합니다. 나라는 분단되었지만 한 형제, 한 민족이라는 공동체의식입니다. 통일이 됐을 때 우리가 할 말이 생기는 것이죠. 언젠가는 통일이 될 텐데 우리에게 좋은 감정이 있어야 이질성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완전히 다른 체제가 한꺼번에 합쳐지기는 힘들거든요. 민간교류를 통해 서서히 장벽을 낮춰 놓아야 어느 날 갑자기 베를린 장벽 무너지듯이 통일이 돼도 충격파가 적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부와 힘을 가진 자로서 통 큰 양보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발언을 하다가 오해도 샀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의 키는 남한이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북한은 지금 떼를 쓰고 있는 겁니다. 핵무기 갖고. 미사일 펑펑 쏘고 그래 봐야 주민들이 배고프고 굶주리는 한 버티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사랑으로 저들을 품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떼 쓰는 북한, 남한이 통 크게 품어야
순복음교회는 오랫동안 국제구호개발기구인 굿피플을 통해 북한 어린이를 위한 결핵약·급식·미숫가루 지원, 옥수수 사업과 콩 식품 가공공장 지원 등의 사업을 벌였다. 2007년부터 200억원을 들여 평양에 대지면적 3만㎡에 연면적 2만㎡, 지하 1층·지상 7층, 260개 병상 규모의 심장병원 건축도 추진한 바 있다. 순복음교회는 또 연 예산의 1%를 통일기금으로 모으고 있다. 이영훈 목사는 강력한 기도운동을 통한 ‘복음 통일’을 주창해오고 있다. “남한에 대한 적대감을 해소하고 민족이라는 공동체 인식을 심어나가는 것이 교회의 중요한 사명”이라는 것이다.
부활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믿음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인간의 가장 큰 절망은 죽음입니다. 인간은 희망을 먹고사는데 모든 사람이 절망 속에 주저앉아 있을 때 부활을 통해 희망을 찾았습니다. 기독교는 부활신앙으로 죽음의 절망을 뛰어 넘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인간의 한계, 죽음의 절망조차 뛰어넘는 영원한 희망의 메시지가 부활입니다. 부활이 있었기에 2000년 동안 그 모진 박해를 다 이기고 기독교가 존재해왔으며,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사람들을 기독교인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극복하는 메시지는 다른 종교, 즉 불교라든지 이슬람교회에도 있는 것 같은데요. 기독교의 부활과 차이는 무엇인가요?
“대부분 종교에 내세와 관련된 사상, 교리는 다 있지만 기독교 사상은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순수한 믿음 하나만으로, 죽음의 공포와 같은 절망을 뛰어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본질입니다. 믿음은 어떤 자격이나 조건, 선행이나 참선을 많이 하는 등 그런 전제조건과는 다른 것입니다.”
신앙적으로 부활은 사후(死後)의 영역인가요?
“그렇습니다. 죽으면 끝이 아니라 나를 위해 펼쳐진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소망과 믿음이 있으면 어떤 고난도 뛰어 넘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영원한 세계에 대한 갈망, 절대 긍정에 대한 믿음과 힘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목사님은 평소 ‘절대긍정’ ‘절대감사’를 강조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람은 대부분 부정적인 것에 익숙합니다. 부정적인 것에 쉽게 동화되죠. 언젠가 언론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왜 신문을 나쁜 사건, 부정적 것 위주로 만드느냐? 선행과 덕담 위주로 하면 어떻느냐’라고 물었더니 기자가 불쑥 하는 말이 ‘그럼 사람들이 안 봐요’ 그러더라고요. 부정적인 쪽으로의 쏠림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절대긍정’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자. 생각이 바뀌면 삶이 바뀌는데, ‘안 된다’, ‘할 수 없다’, ‘죽을 지경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과 긍정적 자세로 ‘할 수 있다’, ‘해보자’, ‘넘어서자’라고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합니다. 고위 관료를 하시던 분이 몸이 안 좋아 입원했더니 간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충격을 받아서 ‘이제 난 죽었구나’ 하고 포기하자 28일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시한부 말기암 환자의 경우였는데 절대긍정의 믿음으로 내가 하루를 살더라도 의미 있게 열심히 살겠다고 도전해서 1년 넘게 건강한 모습으로 살다가 가신 분이 많습니다.”
마음가짐에 따라서 결과도 달라진다. 정신이 물질을 지배한다는 그런 의미인가요?
“우리 국민이 네거티브에만 익숙한 모습을 버리고 밝은 이야기,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자. 대한민국이 잘될 것이다. 좋은 일이 일어난다. 대한민국은 위대한 나라이다. 이렇게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실 어느 나라와 견주어 봐도 위대한 나라인데 지금 가라앉고 있다는 걱정을 떨칠 수 없습니다. 정신개혁이 나라의 미래를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그 출발점은 긍정적인 사고와 감사의 자세입니다. 그러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고난은 축복의 전주곡입니다. 고난의 터널을 지나면 축복의 내일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밝아오는 것처럼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부정적인 것에 익숙하고, 그에 동화되기 쉽다고 하셨는데, 왜 그럴까요?
“인간이 갖고 있는 죄성(罪性) 때문입니다. 원죄적 속성이죠. 아이들은 태어나서 거짓말을 배운 적이 없어도 거짓말을 하거든요. 인간은 죄성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인 것에 매우 익숙하고 빨리 물든다고 봐요.”
300개 교파 장벽 뛰어 넘어야
한국 기독교는 순복음교회와 같은 대형 ‘스타교회’를 중심으로 선교와 신앙생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순복음교회를 이끄는 영성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로 설명 드릴 수 있습니다. 하나는 성령체험이라고 하는, 내가 내 삶의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그것이 생활 속에 표현될 때는 절대 긍정의 믿음, 절대 감사의 삶으로 나타납니다. 똑같이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는데, 늘 네거티브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파괴적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아요.”
‘절대긍정’ ‘절대감사’가 설립자인 조용기 목사님에서 이 목사님으로 이어지는 순복음교회의 특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조용기 목사님과 저를 연결할 수 있는 것이 절대긍정의 믿음입니다. 1960, 7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우리가 할 수 있다, 하자, 해보자는 긍정의 메시지가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고, 많은 분들을 교회로 몰려오게 하였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가난 속에 있지만 교회에 와서 극복할 수 있다, 열심히 노력하고 힘쓰면 잘 살 수 있다, 그런 꿈과 희망을 주는 메시지였습니다. 이런 긍정과 감사의 메시지로 가난 속에 시작된 교회에서 많은 분들이 축복을 받았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958년 5월 18일 서울 대조동 빈민지역에서 조용기 전도사와 최자실 전도사 가족 등 5명이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한 순복음(純福音) 정신으로 천막예배를 드리며 시작됐다. 어렵게 살던 이들이 서로 도우며 성령체험을 통해 기쁨과 감사의 삶을 살아가면서 지금의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목사가 강조하고 있는 초대교회 모습으로의 회귀, 개혁은 그런 초창기의 천막교회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부름에 부응한 것이기도 하다.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강조하는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치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에큐메니칼(Ecumenical) 운동과 같은 취지인가요?
“본질적으로 에큐메니칼(교회가 하나로 통일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회 일치주의 사상) 운동입니다. 우리나라 기독교 교파가 300개가 넘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렇게 교파가 많은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것입니다. 원래 교파는 지역 문화 언어를 배경으로 생겨난 것입니다.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은 찬송을 부르는 우리가 그렇게 교파가 많을 이유가 없는 것이죠. 교파의 장벽을 뛰어 넘어서 하나가 되자. 그래서 한국사회에 필요한 교회의 일치된 메시지를 전하자. 그런 의미입니다. 교파로 나뉘는 것은 새로운 간극을 만드는 것이자 갈등을 예비하는 것이어서 화합과 통합을 막는 걸림돌이 되기 십상입니다.”
생활인으로서 목사님은 가장 기분이 좋을 때와 언짢을 때는 언제인가요?
“어려운 분이 고통을 극복하거나,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계셨던 분이 일어나시는 것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교회 성도인 여고생이 뇌출혈로 쓰러진 사고를 당했습니다. 뒤늦게 발견되는 바람에 중환자실에 오래 있었습니다. 계속 찾아가서 기도한 결과 완쾌되어 지금은 학교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생명이 다시 살아나는 것은 볼 때마다 참으로 기쁩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 섬기는 것이 교회의 본질이지 않습니까? 최근에 마음이 아팠던 것은 소위 가짜 뉴스로 매도된 일입니다. 얼마 전에 문재인 전 대표가 한기총을 찾아오셔서 덕담을 나눴더니 누군가 무지막지하게 매도한 뉴스를 만들어서 뿌렸습니다.”
한기총의 중점 과제 중 하나로 1907년 평양 대부흥운동과 같이 나라와 민족을 새롭게 할 대대적인 회개운동을 꼽고 있습니다. 어떤 취지입니까?
“1907년 평양에서 교파를 초월해서 모여 하나가 되고 부흥하자는 대규모 영적 운동을 벌였습니다. 부흥회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대대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 왔습니다. 범죄율이 줄어들었고, 돈을 떼어먹었던 사람이 돈을 갚고, 도둑질 한 사람이 잘못을 뉘우치고 훔친 것을 돌려주는 등 사회개혁을 불러온 운동입니다. 진정한 부흥이 있으면 삶이 달라지고 새로워집니다. 영적 부흥운동은 사회개혁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평양 대부흥운동으로 많은 사회적 부조리가 사라졌습니다. 축첩제도나 노비, 반상의 신분문제가 혁신되는 등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영적 부흥, 사회개혁으로 연결해야
당시 개신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지금보다 매우 컸다는 반증이 되겠네요.
“기독교 사상으로 남녀평등, 신분평등이 이루어졌습니다. 박서양(朴瑞陽·1885~?)이라는 백정(白丁)의 아들이 한국인 최초의 의사가 되어 독립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지역에서는 기독교가 근대화의 주역이었습니다.”
이영훈 목사는 4대째 내려오는 독실한 개신교 집안에서 성장했다. 평양에 개신교가 처음 들어왔던 120여 년 전부터 예수를 믿었던 사람들의 후손이다. 조부인 고 이원근 장로는 1919년 3월 황해도 장연에서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6개월의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이다. 1948년 제주 4·3 사건으로 대부분의 교회가 소실되자 서귀포의 남원과 표선에 교회를 세워 목회활동을 하고 남원고등공민학교를 설립, 운영하기도 했다. 일제하에서 이원근 장로와 함께 평양에서 활동한 개신교 인사 중 대표적 인물이 새문안교회를 설립한 강신명 목사이다. 부친인 고 이경선 장로는 1978~79년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장로회장을 지냈다. 4남1녀 중 둘째인 이 목사는 1964년 집안이 서대문로터리 근처로 이사하면서부터 근처에 있던 순복음교회와 인연을 맺었다. 주일학교를 다니면서 “열세 살에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는 성령체험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50년 전 신앙체험 이후로는 한 번도 ‘세속적’인 것들에 빠져들지 않았다고 한다. 신앙의 길이 아닌 ‘옆길’로 한 번도 빠져본 적이 없는 삶에 대해 사람들은 “너무 무미건조한 삶을 살았다”고 평가한다.
순복음교회 담임목사가 되기 전부터 열성적인 신학자이면서도 온화한 성품으로 교회 안팎의 신망이 두터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순복음교회 지도자로 선출되는 과정은 극적이었다. 조용기 목사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후계자, 새 담임목사를 세우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는 미국 LA의 나성순복음교회에서 시무하고 있었다. 담임목사 청빙위원회에서 후보로 7명의 목사가 추천됐는데 맨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 후 교회 운영위원인 150명의 장로가 적격 여부를 가리는 2차 투표를 해 3명으로 압축했는데 이 목사가 최다 득표자가 됐다. 3차로 장로 900명이 투표를 해 다시 최다득표를 한 후, 공동의회에서 순복음 전체 성도들의 인준투표를 거쳐 순복음교회의 새로운 지도자가 됐다.
교회 세습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목사님이 당회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이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것 같습니다.
“원래 초대 교회에서는 지도자를 선출할 때 제비뽑기를 했다고 합니다. 무작위로 뽑는 게 아니고, A, B 라는 두 사람을 놓고, A를 원하면 흰 돌, B를 원하면 까만 돌을 주머니에 집어넣었습니다. 자연히 많은 돌을 선택받은 쪽이 뽑혔겠지요.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초대교회 때부터 교회가 민주적으로 지도자를 세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나라도 교회를 대표하는 당회에서 후보자를 뽑고, 성도들이 최종 인준을 하면 교회가 당당하게 설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지 않고 특정한 사람을 지목하면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겠지요. 제가 한기총에 들어가서 회장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바꿨습니다. 선거제도를 개혁해서 자리다툼, 선거를 위한 에너지 소모를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세상적인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펼치는 방식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장차는 추대형식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