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지역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과 위로를 전하기 위해 다음 주 다시 안산을 찾아뵙기로 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4월 5일 '안산희망나눔프로젝트'를 연다. 이영훈 담임목사를 비롯해 신도 400여명이 안산 보성재래시장을 찾아 직접 물건을 사는 행사다. 이 교회가 안산을 찾는 것은 이번이 12번째다. 계기는 세월호 사고. 지난 2014년 사고 직후 합동분향소를 찾았던 이 목사 등은 침체된 지역 분위기를 보고 안타까웠다. 교회는 주민을 위로하고, 실질적으로도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다가 재래시장 방문을 계획했다. 보성재래시장은 많은 희생자가 나온 단원고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2㎞ 떨어진 곳.
첫 방문은 2014년 5월. 신도 1000여명이 한꺼번에 시장에 들어오자 대번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교회는 신도 1인당 1만원씩 '쇼핑 마중물'을 지급했고, '물건값 깎지 않는다' '교회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신도들은 자기 돈 3만~4만원을 보탰고, '사랑의 싹쓸이'가 시작됐다. 당시 이 목사가 "세월호가 올라올 때까지 찾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교회는 이후 작년 12월까지 모두 11차례 찾았다. 분기마다 한 번꼴이다.
'안산희망나눔프로젝트'가 있는 날이면 시장 풍경이 달라진다. 이날은 상인들도 미리 물건을 많이 준비한다. 교회에선 먼저 다녀온 신도들을 중심으로 "물건이 싸고 좋다"는 소문이 났다. 수십대의 버스에서 내린 신도들은 '사전 정보' 덕분에 익숙한 듯 가게를 순례하며 물건을 고른다. 시장을 나서는 신도들 손엔 검정 봉지 대여섯 개쯤 들려 있는 것은 기본이었고, "쇼핑 시간이 너무 짧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로 인기였다. 이영훈 목사도 자신만의 시장 순례 코스가 생겼다. 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물건을 구입한 후 마지막엔 붕어빵 노점을 찾는 것.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연인원 1만여명이 약 3억5000만원어치를 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을 찾는 한편 이 목사는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지난 2015년엔 안산제일교회에서 미수습자 가족을 만나 위로했고, 지난주 세월호가 인양됐을 때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명의로 성명을 내고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이후 대책 마련 등 모든 과정에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을 보임으로써 세월호를 둘러싼 국론 분열을 봉합하고, 국민 대통합을 이루자"고 말했다. 시장을 찾을 때에도 주민과 상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우기 위해 애썼다. 지난 연말 11차 방문 때에도 이 목사는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이 가라앉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이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제 세월호가 인양됨으로써 이 교회와 이 목사의 안산 방문은 12차가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교회는 상인들을 위해 특별 선물을 준비했다. 대형 목욕 타월이다. 이영훈 목사는 "지나간 아픈 상처는 다 씻어내고 밝은 내일을 바라보고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며 "대규모방문은 마무리하지만 앞으로도 안산 주민과 유가족들을 도울 방법을 계속 찾아보겠다" 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은 마지막 방문이라는 소식에 서운하면서도 그동안 11차례 방문에 대해 고마워했다. 보성재래시장 상인회장 김동길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안산 전체가 실의에 빠지고, 시장에 손님이 전혀 없을 때 계속 찾아주셔서 우리 상인들에겐 엄청난 힘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