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선교역사 130여년 만에 놀라운 성장을 이뤄 아시아 최대의 기독교 국가로 자리 매김하는 등 세계교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급성장의 이면에는 분열이라고 하는 부끄러움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인간의 뜻이 앞선 끊임없는 분열은 한국교회의 영적 지도력을 약화시켰다. 여러 잘못된 모습을 표출해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고,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과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구 안상홍증인회) 같은 이단 사이비가 곳곳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
최근 기독교 언론의 최대 이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통합이다. 이는 한국교회의 최대 관심사이자 염원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한국교회 앞에는 신천지 등 이단의 척결, 동성애를 옹호·조장하는 법안의 저지, 이슬람의 문화·경제적 포교전략에 대한 대책, 목회자 납세 문제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한국교회가 반드시 하나가 돼 힘을 합해야만 이 같은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두 연합기관의 하나 됨이 교계의 염원이기에, 통합이라는 대명제에 대해선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사실이 그렇다. 반대해서도 안 되고 반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반드시 하나가 돼야 한다.
그러나 통합의 방법에 대해서는 크게 의견이 나뉜다. ‘선 통합·후 문제해결’이라는 주장과, ‘선 문제해결·후 통합’이라는 주장이 평행선을 긋고 있어 통합 논의는 한 걸음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24개 교단(교육부 인가 신학교를 갖고 있는 교단)의 대표가 모인 교단장회의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단장회의는 여러 차례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촉구했을 뿐 아니라 지난 부활절에는 통합 촉구 성명서까지 채택했다.
그리고 7개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합동, 대신,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침례회)을 대표로 이 일을 추진하는 데 힘을 실어 주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교회연합을위한협의회(한연협)도 출범시켰다.
24개 교단을 중심으로 모든 중소교단을 아우르는 연합기구를 만든다면 명실공히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최대 연합기구가 될 것이고 영향력도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하리라 생각한다. 현재 문제가 된 이슈는 24개 교단이 중심이 돼 중소교단을 아우르는 과정에서 해결해 나간다면 통합에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으리라 본다.
작년에 있었던 예장백석과 대신의 통합은 한국교회에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 주었고, 한국 기독교 역사에 길이 남는 업적을 남겼다. 통합과정에서 강한 반대의견들도 있었으나 큰 교단이었던 백석교단의 기득권 포기와 양보가 통합을 이루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한다.
한기총과 한교연도 이렇게 하나가 될 때가 됐다. 어떤 논리에 묶여 통합이라는 큰 틀을 이뤄가지 못한다면, 한국 기독교 역사에 두고두고 연합기관의 분열이라는 오점을 남겨 놓을 것이다. 예장 백석과 대신의 지도자들이 통 큰 결단을 통해, 일부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손에 손 잡고 하나 됨을 이룬 것같이 두 연합기관이 아름다운 통합의 장을 이뤄가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상황이 연합기관의 통합으로 영적 지도력을 회복하고 이 땅에 공의와 사랑이 강물처럼 넘쳐흐르는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영훈 목사 (한기총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