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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께서는 신앙과 애국은 하나라고 말씀하셨죠"2016-03-01

 


이영훈 목사 조부 故이원근 장로, 3.1절 기념식에서 독립유공자 포상


제97주년 3.1절을 맞아 국가보훈처가 건국훈장 47명, 건국포장 8명, 대통령표창 10명 등 독립유공자들을 포상했다. 철원군수를 향해 만세시위 참여를 외치며 독립만세를 부르다가 체포되어 옥고를 치른 김경순 선생 등 65명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가 그들이다.



훈․포장과 대통령표창은 제97주년 3․1절 중앙기념식장과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기념식장에서 유족에게 수여되었다. 이번 포상자 65명 중 국가보훈처가 일제의 행형기록과 정보문서, 신문기사 등 각종 문헌자료를 분석하고 현지조사를 실시해 자체 발굴, 포상하게 된 독립유공자는 58명이다.



1951년 제주 남원교회가 부활주일을 기념해 촬영한 사진.  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故 이원근 장로.



이 중에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이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의 조부인 故 이원근 장로가 포함됐다. 1889년 황해도 장연군에서 태어난 이원근 장로는 3.1운동에 참여했다가 6개월 동안 옥고를 치른 기록이 밝혀져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고등학생 때까지 조부와 함께 살았다는 이영훈 목사가 기억하는 故 이원근 장로는 어떤 분이었을까?



“할아버지는 교회사랑과 나라사랑을 강조하셨던 분이셨습니다. 그 정신으로 온갖 고문과 옥고를 치르신 고통도 견뎌내신 것 같았습니다. 할아버지의 인도에 따라 매일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자연스레 나라와 교회를 위해 기도했고, 저의 신앙이 형성되는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할아버지로부터 엄격한 신앙교육을 받았다는 이영훈 목사는 어린 시절의 한 일화를 들려줬다. 



“아마 초등학교 1학년 때였을 겁니다. 그 당시 주일날이면 가장 큰 화폐인 ‘100환’짜리를 만져볼 수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하나님께 드리라며 주일날이면 100환을 주셨죠. 주일인 어느 날 친구와 함께 교회를 가는데 친구가 저에게 50환은 군것질을 하고 50환만 헌금하자고 꾀었습니다. 그래서 50환만 헌금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글쎄 할아버지께서 크게 화가난 얼굴로 '헌금을 하나님께 모두 드렸냐'고 물으시는 것이 아닙니까? 그 때 정말 호되게 혼났습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 때 ‘하나님의 것은 1원도 손대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물질문제에 대해서는 한 번도 욕심을 부린다든지 유혹에 빠진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때 워낙 강하게 뇌리에 박혔기 때문이죠.”



이 목사가 기억하는 조부는 매일 예배당 마루바닥에 무릎 꿇고 기도하신 분, 타협하지 않는 신앙생활을 강조하셨던 분, 그리고 가는 곳마다 교회와 학교를 세워 후학을 양성하셨던 분이었다.



“최근에 할아버지께서 세우셨던 제주 남원교회에 가봤습니다. 1951년부터 할아버지께서 늘 새벽마다 종을 치시고 새벽기도를 드리셨는데, 나이 드신 분들은 그 종소리를 기억하시더군요. 돌아가시고 난 뒤 염 할 때 봤던 낙타무릎같던 할아버지의 무릎이 기억납니다. 신앙과 나라사랑은 하나라는 가르침을 주셨던 할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