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서거 첫날인 22일 오전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각계에서 보내온 조화로 장례식장 주변은 온통 하얗게 변했다. 고인이 가는 길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
정치계 인사들을 비롯해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등 교계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이날 오후 1시쯤 장례식장에 도착한 이 대표회장은 “김 전 대통령은 장로님으로서 한국 민족의 큰 족적인 ‘민주화’에 기여하셨다”며 “한국사회가 분열로 고통 받고 있는데 평소 고인이 강조하신 화해와 일치 정신을 후대 사람들이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회장은 “평소 명절에 자택으로 인사하러 가면 내외분이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주신 기억이 있다”며 “고인은 여의도순복음교회 행사 때에도 오셔서 기도해주셨다. 그 분이 남긴 업적이 아름다운 열매로 계속 맺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의 여동생 김호아(81) 권사는 고인을 ‘신앙인’으로 회고했다. 김 권사는 “오빠는 기도하고 찬송하기를 좋아했으며 대통령으로 재임할 때 힘든 고비가 있을 때마다 가족에게 전화해 중보기도를 요청했다”면서 “최근 신라호텔에 모셔 식사한 자리에서 오빠가 좋아하신 찬송가를 핸드폰에 녹음해 들려드린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김 권사는 “오빠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 충현교회에 다녔으나 퇴임 후 교인들에게 경호 등 폐를 끼친다며 집으로 목회자들을 초청해 최근까지 예배를 드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물결은 오전부터 시작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칼빈대 김재연 총장, 극동방송 김장환 이사장, 예능교회 조건회 목사, 지구촌교회 진재혁 목사 등 교계에서도 조화를 보내며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추모했다.
칼빈대 김재연 총장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을 방문한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가 부활절 예배를 드리면서 인연을 맺었다”며 “고인은 성탄절만 되면 항상 자필로 성탄카드를 보내주셨다.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보내셔서 늘 감사하고 감격했다”고 말했다. 예능교회 측은 “고인의 아들 김현철 집사가 1998년에 교회에 등록해 매주 출석하고 있다”며 “보도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조화를 보냈다”고 밝혔다.
김아영 신상목 양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