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만원어치만 주세요.” “저는 2만원어치요.”
밀려드는 주문에 김을 굽는 이미순(47·여)씨의 양손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바쁜 사람은 이씨뿐이 아니었다. 9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화랑로 보성종합재래시장 안의 상인들은 구름 같이 몰려든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분주했다. 시장입구 홍어매장부터 끝자락의 반찬가게까지 시장골목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장을 가득 채운 이들은 1100명의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성도들로, 교회 측이 마련한 ‘제6회 안산시 희망나누기 프로젝트’에 동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 프로젝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지역경제까지 침체돼 이중고를 겪고 있던 상인들을 위로하고자 지난해 5월 시작됐다.
성도들은 시장 구석구석의 가게들을 찾아다니며 약 1시간 동안 1100만원 상당의 장을 봤다. 미나리와 도라지를 구입한 임영수(84·여) 권사는 “올 때마다 상인들의 얼굴이 밝아진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며 “작은 섬김이지만 안산의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도들의 방문은 이날까지 6번째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여태까지 교역자를 포함한 6800여명의 성도가 총 2억6000만원가량의 장을 봤다고 밝혔다.
상인들은 거듭된 방문에 감사를 표했다. 각종 나물과 채소 매장을 운영 중인 이길희(75·여)씨는 “솔직히 지난해 5월 첫 방문 이후 그칠 줄 알았는데 지속적으로 찾아주신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안산 동산교회(김인중 목사)에 출석 중이라고 밝힌 이씨는 “하나님께서 믿음의 성도들을 통해 안산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셨다고 생각한다”며 “받은 사랑과 관심을 잊지 않고 이웃에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훈 목사도 채소와 김치, 반찬, 과일, 이불 등을 구입하며 상인들을 격려했다. 보성종합재래시장 상우회 김동길(48) 회장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관심과 도움으로 많은 이들이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상인들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이 목사에게 전달했다.
이 목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일들이 마무리될 때까지 계속 이곳을 방문하겠다”며 “안산에 하나님의 평화가 임하고 시민들이 다시 활력을 찾아 일어서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연내에 한 차례 더 시장을 찾을 예정이다. 내년에도 분기별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안산=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