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초대석] “재벌 재산 절반만 내놔도 복지 수준 확 달라질 것”(4)2015-01-23
▼ 조 목사께서 한국 교회에 끼친 공, 특히 순복음을 세계적인 교회로 성장시킨 공로는 말로 다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가족 문제, 재산 문제, 공금 비리에 이어 여자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이렇듯 과오가 크니 공이 많더라도 교회의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는 게 순리이지 않느냐는 시각이 많습니다. “아니, 실제로 교회 내 모든 공직과 직함을 내려놓고 저한테 다 위임했습니다.” ▼ 복지재단에서도요? “대부분의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설교는 다른 영역이지요. 대중이 원하는 것을 인위적으로 끊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혁명적 조치’ ▼ 그것이 교회의 대외적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득실을 따진다면…. “그런 걸 떠나 저의 영적인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분입니다. 그분을 잘 모시는 것은 제 목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자 교회의 중요한 임무라고 봅니다. 새로운 리더가 나타날 때마다 전임자의 그림자를 지운다면 역사 인식이 부족한 거죠. 과거의 실패나 실수를 새로운 발전의 토대로 삼아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조 목사님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문제가 된 부분은 하나하나 해결해가고 있습니다. 교회가 크다보니 특히 재정 투명성이 문제가 됐습니다. 2008년 제가 취임한 후 재정을 완전히 공개했습니다. 1년에 석 달가량 회계법인에서 4명이 나와 교회 재정을 감사해 보고서를 냅니다. 예산의 3분의 1은 구제와 선교에 씁니다. 지금은 누구도 재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순복음교회 안팎에서는 이 목사의 교회 재정 공개를 ‘혁명적 조치’로 평가한다. 이전까지 조 목사와 그 가족, 회계 담당자 등 소수의 사람만이 알던 내역을 모든 교인에게 공개해 교회 재산 사유화 등 비리가 개입될 소지를 원천 차단했다는 것이다. ▼ 말씀하신 것처럼, 종교는 공의 못지않게 화해와 용서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법정에서 세월호 선장에 대해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은 데 대해 유족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분노합니다. 성직자로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봅니까. “법은 공정하게 집행돼야 하고, 사회 부조리나 악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다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회개하고 뉘우친다면, 즉 그들이 유가족 앞에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변화한 모습을 보인다면 관용을 베풀 수 있겠죠.” ▼ 사실 법리적으로는 살인죄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해요. 그런데 국민정서 때문에…. “법치국가에서 법을 감정으로 무너뜨리면 안 된다고 봅니다. 다만 진정 뉘우친다면 관용과 용서를 베풀 수 있다는 거죠.” ▼ 최근 무상보육, 무상급식 논쟁이 뜨겁습니다. 이른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대립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복지에는 차등을 둬야 합니다. 제가 강남 학부모들에게 직접 들은 얘깁니다. 자기네는 무상급식이 고맙긴 하지만 사실 필요 없다는 거죠. 반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정말 반깁니다. 성경의 복지는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을 도와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정치의 힘으로 지원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선심성으로 제공합니다. 재원 마련은 나중에 생각하고, 인기나 표를 의식해 우선 쓰고 보는 거죠. 보편적 복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9회말 역전 만루홈런 ▼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이 화제가 됐습니다. 부의 불평등, 세습자본의 문제를 다뤘죠. 목사님은 전에 저와 인터뷰할 때도 재벌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이 시점에서 한국 재벌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짚어본다면…. “우리나라 재벌 중 누군가가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가진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는 운동을 시작한다면, 우리 사회의 복지 수준이 확 달라질 겁니다. 대학 반값 등록금도 2조 원이면 된다는데, 대기업에서 그 정도 못하겠습니까. 그런데 돈을 쌓아두고 안 풀잖아요.” ▼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아니죠. 자발적으로 내놓는 거니까.” ▼ 재벌이 보기엔 급진적인 사고겠지요. “아니, 한국 역사에 남는 재벌이 되는 거죠.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할게요. 제가 신앙인이니까 엉뚱한 꿈을 꿔봐요. 만약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 ‘내가 죽음의 문턱까지 가보니 재산 가진 게 아무런 의미가 없더라, 다 내놓겠다’라고 선언해 한국 사회를 뒤집어놓고 여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있어요. 미국의 록펠러가 실제로 그랬습니다. 록펠러는 50대에 중병으로 죽게 되자 많은 재산을 쌓아둔 것을 반성합니다. 사회에 내놓겠다고 결심하자 건강이 회복됐어요. 90세까지 살면서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습니다. 그가 죽을 때 내놓은 재산이 당시 일본 정부 1년 예산의 8배였다고 해요. 록펠러는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겠다고 했죠. 야구로 치면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이죠. 이런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