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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 ‘제4회 희망나누기’] 세월호 참사 332일째… 안산 장터가 사랑으로 북적였다2015-03-14

 


[기독교계 ‘제4회 희망나누기’] 세월호 참사 332일째… 안산 장터가 사랑으로 북적였다


실의에 잠긴 상인 돕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소속 성도들 1000여명 참여



[기독교계 ‘제4회 희망나누기’] 세월호 참사 332일째… 안산 장터가 사랑으로 북적였다 기사의 사진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이 13일 오후 경기도 안산의 보성종합재래시장 내 채소 가게에서 장을 보고 있다. 성도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실의에 빠진 지역 상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 순복음가족신문 제공




‘금자네분식’ 안에서는 모처럼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국수를 삶으면서 상차림을 준비하는 주인 고금자(68·여)씨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테이블에는 10명 넘는 손님이 앉아있었다. 고씨는 “올 설 명절 지나고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손님을 받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13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화랑로 보성종합재래시장은 명절을 앞둔 장터처럼 인파로 북적였다. 장 본 물건이 담긴 검은 봉지를 서너 개씩 든 이들은 좁은 시장 통로를 지날 때마다 몸이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시장을 ‘접수’한 이들은 1000명이 넘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이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여의도순복음(총회장 이영훈 목사) 교단과 교회 측이 마련한 ‘제4회 안산시 희망나누기 프로젝트’에 동참하기 위해 들렀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여파에 따른 경기 침체로 실의에 빠진 지역 상인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도와주자는 취지의 행사로 지난해 5월, 10월, 12월에 이은 4번째 방문이었다. 교회 측에 따르면 이날까지 4차례 방문에서 교회 성도 5200여명(연인원)이 총 2억4000만원어치 넘는 장을 봤다.



상인 상당수는 설 명절 이후 손님이 뚝 끊겼다고 했다. 세월호 여파에 이은 불경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초로 1%대로 낮춰야 할 만큼 돈이 잘 돌지 않는 ‘돈맥 경화’는 재래시장에 직접 와 닿았다. 



이 와중에 시장을 방문한 교회 성도들은 가뭄의 단비였다.  



어물전인 ‘경남해물’에서 꼬막을 담는 주인 신현숙(56·여)씨의 표정은 밝았다. “전날까지만 해도 정말 손님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잊을 만하면 와서 팔아주니까 안 고마워할 사람이 어디 있나요. 호호호.”



세월호 참사 332일째. 한 달여 뒤면 1년을 맞는다.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단원고는 시장에서 차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상당수 피해 학생·학부모들이 이웃들이어서 시장 상인들도 참사 이후 오랫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만난 상인들의 표정에서는 의욕이 느껴졌다. 세월호 얘기를 넌지시 꺼내자 ‘군자닭집’ 주인 황인서(58)씨는 “우리도 이제 털고 일어서야지요. 살아야지요. 안 그래요?”라고 되물었다. 시장을 4차례 방문한 교회 권사 김희옥(여)씨는 “작년 5월 처음 들렀을 때와는 정말 많이 바뀌었다”면서 “이제는 주인이 먼저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더라. 밝아진 모습을 마주하니까 덩달아 기분이 좋다”고 웃어보였다.



이영훈 목사는 30분 넘게 시장 구석구석을 돌며 떡국 떡과 김치, 나물 등을 손수 구입한 뒤 “올 때마다 시장 분위기와 상인들 표정이 밝아지는 것 같다. 오늘 우리들의 발걸음이 안산시 전체에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올 상반기 중 이곳을 한 차례 더 찾을 예정이다.



안산=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