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3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를 방문해 지도부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여야 대표나 정부 부처 장관들이 인사차 한기총을 찾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만 이날처럼 실제적이고 건설적인 이야기가 오간 적은 많지 않습니다. 목회자들이 여성·가족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다 김 장관도 실현 가능한 제안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 공통 관심사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 문제였습니다. 이 대표회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출산 장려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요. 첫아이를 낳으면 50만원, 둘째는 100만원, 셋째는 200만원을 지급합니다. 우리 교회 남상돈 집사님 부부는 13명이나 낳았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등록금도 교회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회장의 설명에 김 장관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우와. ‘가족친화교회’라는 마크라도 달아드려야겠는데요.”
옆에 앉아 있던 최성규 목사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우리 교회는 결혼할 때 ‘자녀를 3명 이상 낳겠다’는 서약서를 쓰게 합니다(일동 웃음). 출산장려위원회도 두고 있고요.”
김 장관은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출산과 아이 돌봄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두 돌밖에 안 된 아이를 맡겨야 했거든요. 여성가족부에서 시행하는 ‘아이 돌봄 선생님’ 제도를 이용했는데, 돌봄 선생님이 집에서 가까운 교회 권사님이셨어요. 많은 교인들이 아이 돌봄 선생님으로 참여하면 좋겠어요.”
참석자들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습니다. 그때부터 김 장관의 ‘정책 세일즈’는 시작됐습니다.
“목사님, 장례문화는 어느 정도 개선된 것 같은데, 결혼식이 문제예요. 비용이 적게 드는 ‘작은 결혼식’ 캠페인을 기독교를 포함한 4대 종단과 함께 범국민운동으로 펼치려 합니다. 그런데 목사님이 해주시는 주례는 교인들만 대상이 되나요?”(김 장관)
“그렇지 않아요. 부탁이 오면 지역 주민들이나 믿지 않는 분들도 해주지요. 예식공간도 내줄 수 있고요.”(최 목사)
“무료 예식장과 주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기독교가 결혼문화를 개선하는 데도 정말 큰 역할을 할 겁니다. 여성가족부에서 ‘주례 재능기부’와 ‘작은 결혼식’ 캠페인 동참 서명운동을 하려고 하는데, 교회들도 동참해줄 수 있을까요?”(김 장관)
“물론이지요. 가능할 겁니다.”(이 목사 등 일동)
이 대표회장은 간담회 내내 김 장관의 설명과 제안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즉석에서 “회원 교단에 보낼 공문을 준비해주세요”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20분 남짓한 만남이었지만 양쪽 모두 뿌듯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뭔가 남는 게 있고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는 만남 같았습니다. 서로 ‘윈-윈(win-win)’ 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아닐까요. 한국교회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