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누가복음 2장 14절)
존귀하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온 마음과 뜻을 다해 기뻐하고 감사합니다.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내 주신 하나님께 모든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감사를 올려 드립니다. 또한 성탄의 기쁨이 이 땅의 5만5000교회와 1200만 성도, 2500만 북녘 동포들과 해외에 흩어져 있는 모든 한민족 위에 충만하고 한반도를 넘어 온 누리에 가득 넘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우리 예수님은 온 세상을 섬기기 위해 낮고 천한 곳, 외양간의 말구유에 임하셨습니다. 그분은 세상의 가난하고 소외되고 연약한 사람들을 먼저 품으셨고, 온 인류를 위해 친히 자신을 희생하셔서 겸손과 섬김의 본을 보이신 ‘임마누엘’의 주님입니다.
이 세상에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셔서 완전한 인간의 삶을 사신 예수님의 모습은 이사야 선지자가 예언했던 것과 같이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 같았고 고운 모양도 풍채도 없었으며 사람들의 흠모를 받을 만큼 아름답지도 못했습니다(사 53:2).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인류의 허물과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고난을 당하시고 단 한 번의 영원한 속죄 제사의 제물이 되시기 위함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위해 세상의 부귀, 영화, 명예, 권세의 옷을 입지 않으시고 오직 인류 구원을 위한 사랑, 희생, 섬김, 나눔의 삶을 사셨기 때문에 그 모습은 화려하지도 부요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삶은 자기를 비우는 삶이요, 한없이 낮아지는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 헌신적인 희생, 지극히 낮아진 섬김, 아낌없는 나눔으로 인해 가난하고 소외되고 병들고 지친 이들이 참된 위로와 소망과 치유와 회복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늘날 한국 교회에 원하시는 모습은 화려함과 부요함의 모습이 아닙니다. 절망과 고통의 골짜기에서 신음하고 있는 이웃들을 향해 나아가는 겸손과 섬김의 모습입니다. 그들의 탄식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그들이 지고 있는 삶의 무거운 짐을 함께 지고 가는 헌신과 희생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이처럼 ‘작은 예수’가 되어 희생과 섬김의 삶을 사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갈 때만이 세상도 우리가 전하는 성탄의 기쁜 소식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우리에게 열어 주신 길은 화해의 길입니다. 하나님과 화해하고, 이웃과 화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소통뿐만이 아니라 화해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대화뿐만이 아니라 평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동서, 좌우, 노사, 빈부, 노소로 나뉘어 서로 반목하고 갈등했던 이유는 소통과 서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대화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식어지고 화해와 평화를 찾는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참된 화해와 평화를 얻는 길이 곧 ‘예수님’입니다. 그러므로 길 되신 예수님을 세상에 전하는 것이 한국 기독교와 교회의 사명입니다. 이러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의 모든 교회들과 기독단체들이 하나 되고 연합해야 합니다. 성탄의 기쁜 소식이 온 누리에 퍼지는 이때에 우리 한국 기독교와 교회가 예수님을 닮은 사랑, 희생, 섬김, 나눔의 모습으로 하나가 된다면 아기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내 주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영광을 받으시고 이 땅에는 하늘의 평화가 가득 넘치게 될 것입니다.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우리 모두와 함께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