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한기총 대표 선거 단독 출마]
"한기총 약해져 이대로 둘 수 없어
보수와 진보 한쪽으로 기울면 안돼… 균형 이뤄 사회 구석구석 보듬어야"
"최근 교황의 방한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분은 큰 감동과 현대사회에서 종교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제부턴 우리 몫입니다. 이제 백 마디 말은 필요 없습니다. 사회 구석구석을 섬기는 행동이 필요할 뿐입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선거(9월 2일)에 단독 출마했다. 사실상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한 한기총 재건 책임을 떠맡은 것이다. 이 목사는 25일 통화에서 "한기총을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교황 방한의 교훈을 이야기했다. "교황님은 어차피 '손님'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구체적으로 뭔가 해줄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방향 제시만으로도 큰 교훈이었습니다."
- 한기총 대표회장에 단독 출마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이 목사는“한국 교회는 지금 각종 문제로 영적 지도력을 상실한 상태다. 선교 초기 소외된 계층을 섬기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이제 백 마디 말은 필요 없다. 행동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그는 "이제는 '여기 사는' 우리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개신교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실망을 많이 드렸습니까? 이젠 종교 간에도 신자 수 경쟁이 아니라 선의(善意)와 선행(善行) 경쟁을 해야지요. 그런 노력이 꾸준히 지속될 때 한국 교회(개신교)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성찰이 이 목사를 한기총 대표회장에 나서게 한 동력이다. 한기총은 1989년 고(故) 한경직 목사 등 교계 원로들이 주축이 돼 결성된 협의체. 한국 개신교계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견제와 균형을 이뤄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금권(金權)선거, 이단(異端) 시비로 분열을 겪으며 예장 합동, 예장 통합 등 주요 교단이 대부분 탈퇴하면서 한기총은 형해화(形骸化)됐다. 이런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게 이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떠맡아야 할 몫이다. 이 목사 스스로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든다'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 등 걱정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이 목사의 출마 결정에 대한 기대 역시 크다. 이 목사는 지난 2006년 조용기 목사의 뒤를 이어 여의도순복음교회 2대 담임목사로 선출된 이후 한국교회희망봉사단 상임 단장 등으로 활동하며 연합봉사활동에 앞장섰고, NCCK 회장을 지내는 등 교계 진보 쪽과도 원만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저는 신학은 보수, 행동은 진보여야 한다고 믿는다"며 "지금처럼 보수가 분열되고 진보·보수 간의 균형이 깨진 상태로는 건강한 개신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은 광복 70주년이고,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입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를 분열된 상태로 맞을 수는 없지요. 1907년 평양 대부흥이 교인과 교회 스스로 회개한 데서 시작했듯이 회개와 갱신, 변화를 통해 스스로 낮아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실제로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 2000명은 두어 달 전 경기도 안산 재래시장을 찾았다. 세월호 사고 이후로 지역 경제가 너무나 침체했다는 호소에 밖에는 알리지 않고 '조용히' 시장을 방문한 것. 교인들은 재래시장 좌판에서 식재료를 구입하고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꺼냈더니 이 목사는 "시장을 나오면서 오이를 바구니에 담아서 파는 할머니가 '한 바구니에 2000원'이라고 하셔서 다섯 바구니를 전부 샀더니 '하루에 한 바구니 팔기도 어려운데 고맙다'고 하시더라"며 "앞으로도 시끄럽지 않게 우리가 할 일을 찾아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