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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 “선진국 되는 비결이 뭐냐고요? 부자가 과감히 내놓아야 합니다”(1)2014-09-05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 “선진국 되는 비결이 뭐냐고요? 부자가 과감히 내놓아야 합니다”

나눔과 섬김으로 세상을 구제(救濟)해나가는 우리 시대의 영적 리더 “평양에 심장전문병원 짓는 공사 6년 만에 재개, 내년에 완공할 것”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담임목사이자 당회장인 이영훈(60) 목사는 교단 내부에서 조용하지만 혁신적인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우리 시대의 영적 지도자다. 보수적인 교단 풍토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도 서슴지 않으며 교회의 근본적인 사명인 ‘나눔과 섬김’을 실천해가고 있는 이영훈 목사를 7월 29일 <월간중앙>이 만났다.

 












이영훈 목사 1954년 서울에서 고 이경선 장로의 4남1녀 중 둘째로 출생. 연세대·한세대 신학 학사,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신학 석사, 미국 템플대 대학원 종교철학 석사 및 박사. 미국 워싱턴 순복음제일교회 목사, 순복음도쿄교회 목사, 한세대 신학과 교수, LA나성순복음교회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회장 역임.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 이사장, 사단법인 굿피플 이사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홈리스대책위원회 위원장.




단일교회로는 세계 최대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한국 개신교의 폭발적 성장을 대표하는 교회다. 그래서인지 48만 명의 신도를 자랑하는 이 초대형 교회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일들은 늘 화젯거리가 됐고,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얼마 전에도 조용기 원로목사 일가의 사생활이 중계방송 되듯 언론과 방송에 보도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모습은 말 그대로 ‘빙산(氷山)의 일각(一角)’이다.



수면 아래에 가려진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참모습을 들여다보면 내세의 구원만 바라고 모여든 공동체가 아니라 서로를 도와가며 희망을 키워가는 ‘사랑의 공동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성전은 지은 지 40년이 넘어 지붕 곳곳이 비가 새지만 교인들은 힘들게 모은 헌금을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구제(救濟) 및 선교 사업에 쓰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그동안 대형 교회, 헌금 많이 걷히는 교회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저희는 부자 교회가 아니라 따뜻한 서민들의 교회입니다. 실제로 2010년에 20개의 지성전을 제자교회로 독립시킨 뒤로는 서민층이 70%를 차지하고 있어요. 소년소녀 가장도 많고, 독거노인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려운 이들을 ‘섬기는’ 사목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도 마음 아파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저희 교회가 기도원이 하나 있는데, 각 구역마다 돌아가면서 기도회에 참여하는 행사를 합니다.



어느 할머니 한 분이 기도원으로 가는 버스를 급히 타려다가 그만 후진하는 버스에 발이 깔렸어요. 사고 소식을 듣고 제가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불행히도 할머니가 발을 심하게 다쳐서 발가락 네 개가 잘렸어요. 그런 사단이 벌어졌으면 할머니가 교회에 대해 굉장히 분노하실 텐데 얼굴이 너무나 밝으시더라고요. ‘목사님이 직접 찾아와 기도해주셨다’면서 반가워하시는 거에요.”



교회행사에 가다 사고를 당했는데 행복해 하시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솔직히 저도 이해가 안됐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분이 독거노인이세요. 추운 겨울에 연탄 땔 돈이 없어서 담요 하나 두르고 밤에 주무시고 밥도 찬밥에 김치 하나 먹는 분이었어요. 그런 분이 병원의 따뜻한 방에서 하루 세 끼 밥을 대접해주니까 당신이 이렇게 맛있는 밥을 처음 먹어 봤다는 겁니다.



침대에서 누워만 있어도 하루 세 끼 밥을 대접해주니까 좋다고, 늘 외롭게 찬밥을 먹었는데, 많은 사람이 관심 가져주고 찾아와주니 고맙다고 하시는 겁니다. 발가락이 잘린 게 문제가 아니라 보살핌을 받고 따뜻한 대접받게 된 것이 행복하다는 겁니다. 제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만큼 너무나 마음이 찡했던, 눈물 흘렸던 그런 경험입니다. 이것이 우리 교회를 다니는 서민들의 아픔입니다.



그만큼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우리가 지금도 무수히 ‘복지’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추운 겨울날 연탄이 없어서 전기장판에 담요 하나 둘러쓰고 주무시는 그런 분이 많이 계십니다. 그분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진정한 사랑을 드릴 것인가? 그래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태생 자체가 서민 교회였고 앞으로도 서민 교회로 남을 것입니다.”



교회는 부자 아닌 서민을 섬겨야



교회는 본질적으로 어려운 이들, 서민들을 섬기는 사목활동에 매진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교회는 교회 본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교회, 소외된 자를 섬기는 교회로 존재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에 219개 교구가 있지만 지역별로 구분되는 교구나 구역과 달리 별도의 장애인 구역을 두고 있습니다. 2천명의 시각 장애인, 지체장애인, 청각 장애인들이 교회에서 같이 생활하고 우리와 같이 어울립니다. 그래서 장애를 가진 분들의 부모님이 우리 교회에 대해 굉장히 고마워하시지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 교회는 좀 더 나은 장애인들의 생활 환경을 만들어드리기 위해 서울 은평구 지역에 장애인 시설을 짓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바리스타들을 양성해서 커피숍에서 그분들이 일할 수 있게 하고 제과·제빵 자격증도 취득하도록 해서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드릴 생각입니다. 어려운 분들, 소외된 분들을 잘 섬기는 것이 우리가 회복해야 할 초대교회의 정신입니다.”



한국 교회사에서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마다 개혁운동의 지향점은 늘 초대교회 공동체였다. ‘초대교회’는 서기 30년 무렵부터 4세기 초 기독교가 로마 국교로 인정될 때까지의 교회다. 초대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돕고 섬겼던 공동체로 알려져 있다. 이영훈 목사 역시 2008년 5월 취임 이후 초대교회 정신 회복에 큰 힘을 쏟아왔다. 그것은 순복음교회 본연의 정신이기도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958년 5월 18일 서울 대조동 빈민지역에서 조용기 전도사와 최자실 전도사 가족 등 5명이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한 순복음(純福音) 정신으로 천막예배를 드리며 시작됐다. 어렵게 살던 이들이 서로를 도우며 성령체험을 통해 기쁨과 감사의 삶을 살아가면서 지금의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니 이 목사가 제창한 교회의 개혁은 그런 초창기의 천막교회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부름에 부응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 7년 동안 조용한 가운데 교회 내부의 개혁을 주도해왔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취임한 뒤에 교회 안팎의 의견을 들어보니 여의도순복음교회 같은 큰 교회가 그 많은 돈을 어디다 쓰느냐 하면서 교회의 재정에 대해 의문을 갖는 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담임목사를 맡은 이후 교회재정을 100%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우리 교회는 매달 재정보고를 하고 1년에 한 번 4개월간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 그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공개합니다. 그 회계법인 보고서만 들여다보면 우리 교회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 교회의 재정에 대해서만큼은 한 점 의혹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순복음교회 전체 재산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와 여의도 순복음연합의 ‘기본재산’으로 등록해 함부로 사고팔 수 없도록 장치를 해놓았어요. 우리가 이렇게 앞장서야 한국의 대형 교회들이 사회로부터 그런 의혹이나 비판을 받지 않게 된다는 마음에서 우리 교회가 선도적으로 시작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담임목사를 맡으신 이후 특히 초대교회 정신의 회복를 강조하셨는데요, 어떤 일을 해오셨습니까?



“초대교회는 가진 사람이나 못 가진 사람이나 자기가 소유한 것들을 내놓았지요. 그래서 저는 취임 후에 신도들에게 ‘초대교회의 모습을 회복하자, 사랑의 공동체,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를 이뤄내자’고 말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무엇보다 교회의 본질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지금 우리 교회는 매년 재정의 3분의 1을 섬김, 사회구제, 선교사업에 투자해오고 있습니다.(여의도순복음교회의 1년 예산은 1200여 억원이니 사회구제와 선교사업에 400여 억원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그 돈으로 저소득층을 구제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벌여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지난해 연말에 서울시와 손잡고 각 구청으로부터 1만 6천여 가정에 10만 원 상당의 생필품 패키지를 전달해드렸지요. 선물상자에는 저희 교회의 이름을 써넣지 않았습니다. 그냥 우리 교회가 돕고 있는 ‘굿 피플(Good People)’이라는 국제기구의 이름만 넣었어요. 그리고 기초생활 수급자들이 돈을 적립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도록 돕는 ‘희망통장’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