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교회 실질적 강단 교류… 기독교 동반성장 계기”
좌담 한·중 기독교교류회 창립 의미와 교회 역할
14일부터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에서 열리는 ‘한·중 기독교교류회 제5차 세미나 및 창립식’에 앞서 한국 측 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좌담회를 갖고 교류회 창립 의미와 양국 교회의 미래지향적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왼쪽부터 류영모 준비위원회 상임대표, 박종순 대표회장, 이영훈 상임대표, 정중헌 공동회장. 강민석 선임기자
한·중 교회 지도자들이 오는 14일부터 4일간 '한·중 기독교교류회 제5차 세미나 및 창립식'을 갖고 양국 교회의 과거와 현재, 전망을 살펴본다. 한국 측 준비위원회 관계자들로부터 교류회 창립 의미와 선교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양국 교회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참석자>
박종순 대표회장(충신교회 원로목사)
이영훈 상임대표(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류영모 상임대표(한소망교회 목사)
사회: 정중헌 공동회장(성남교회 목사)
-한·중 기독교교류회 창립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박종순 원로목사=중국교회와 개인적으로 교류, 친교를 나눈 것은 20여년 전부터였다. 한국교회와 중국교회가 공적으로 교류를 시작한 것은 19년 전 한·중 기독교 교류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중국정부 기구인 국가종교사무국(종교국)의 후원으로 중국 양회(기독교협회와 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와 한국교회가 한자리에 모여 양국 교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다루고 해법을 모색했다. 서울에서 두 번, 상하이와 난징에서 한 번씩 총 4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5차 세미나 때 교류회를 공식 창립하는데 한·중 기독교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고 양국 교회의 비전을 정립하게 될 것이다.
△이영훈 목사=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한국과 중국 기독교의 동반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미나를 통해 양국 기독교 대표단은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게 될 것이며, 선교제국주의에 대한 경계 및 중국 내 비공인 선교사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도 함께 논의할 것이다.
-교류회 설립에 대한 중국 정부와 양회의 입장은 어떤가.
△류영모 목사=선교 초기 기독교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를 가졌던 한국과 달리 중국은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서구 열강들은 톈진조약을 맺고 중국을 분할 점령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기독교는 중국 침탈의 앞잡이로 인식됐고 반기독교운동도 일어났다. 중국 개방 이후 한국교회의 선교가 중국교회의 성장에 기여도 했지만 부정적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교회의 공격적 선교가 한국 기독교의 침투 내지는 외세의 영향력 확대로 인식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박 원로목사가 오랫동안 중국 종교국 및 교회와 깊은 관계를 맺어 오면서 큰 신뢰를 얻었던 것이 교류회가 새롭게 시작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중국 종교국과 양회 지도자들은 교류회 창립을 통해 상호 이해가 증진되고 부정적 걸림돌이 제거되길 바라고 있다. 한·중 교회의 역할이 세계교회 속에서 더욱 강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 목사=중국 쪽에선 종교국의 지도 아래 양회, 21개 신학교 등 중국 기독교계를 총망라하는 기관들이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 대표단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종교국 장견영 부국장과 의견을 조율했다. 양회 총간사인 감보평 목사와 구체적인 세미나 일정을 확정하고 세부 일정을 논의하는 등 교류회 창립과 세미나를 위해 활발하게 협력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종교국장의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왕작안 국장과 면담하고 한·중 기독교 교류의 중요성과 세미나 이후에 이어질 실제적인 교류에 대한 기대를 나눴다.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세미나는 어떻게 진행되나.
△이 목사=오는 11일 준비기도회를 국민일보빌딩에서 갖는다. 세미나 및 창립식은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에서 진행된다. 한국의 대표적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중국에서는 종교국 소속 6명, 양회 지도자 34명이 참석해 양국 종교 지도자들 간 실질적인 만남과 교류의 자리가 될 것이다. 15일에는 중국 측 참가자들이 여의도순복음교회 한소망교회 충신교회 종교교회 상도중앙교회 한국중앙교회 안양제일교회 등을 탐방하고 강단 교류를 한다. 16∼17일에는 한·중 기독교 동반 성장을 위한 주제 강연 및 패널 토의가 있다. 17일에 교류회 창립식을 갖는다.
-중국교회는 중국선교라는 말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교회와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나.
△박 원로목사=서두르면 안 된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와 달리 중국 사람들은 ‘만만디’(서두르지 않고 느긋함) 근성을 가지고 있다.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개인적 접근이나 개교회, 개교단 차원의 접근을 삼가고 공적인 접근과 만남의 길을 터야 한다. 그리고 ‘무엇을 해주겠다’는 식의 접근을 피해야 한다. 지금도 중국 사람들은 아편전쟁의 상흔을 기억하고 있다. ‘함께한다’는 동반자 정서가 끈끈하게 배어 나와야 한다.
△이 목사=그동안 중국교회 지도자들을 만나면서 외국 선교사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외국 선교사들이 중국에서 한 활동이 긍정적인가 하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은 적지 않은 선교사들이 중국인들을 섬기고 대화하기보다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오만한 자세로 사역을 한 것에도 기인한다고 본다. 어떤 사람들은 이 같은 태도를 가리켜 ‘선교제국주의’라고까지 말한다. 실질적 도움을 주되 겸허한 자세를 갖고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을 통해 동반자로서의 신뢰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한국 선교사 수백명이 중국에서 추방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류회의 역할은.
△류 목사=중국 헌법 제36조는 ‘어떤 사람이든지 종교를 이용하여 사회질서를 파괴하거나 인민의 건강을 해치거나 국가의 교육제도를 방해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종교 단체와 종교 사무는 외세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마 이 틀 안에서 종교정책을 펼칠 것이다. 한국교회에 중국교회의 상황을 이해시켜 건강한 선교정책을 만들어갈 것이다. 중국교회에 대해서는 한국교회를 이해시켜 동반성장과 상호 교류, 관계를 돈독하게 해 나갈 것이다.
△박 원로목사=때가 되면 양회나 가정교회가 같은 테이블에서 중국의 복음화, 세계선교를 위해 논의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양자의 긴장이나 경계의 울타리가 제거돼야 한다. 중국은 그들만의 종교법을 가지고 있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크고 작은 행위는 불이익을 초래하게 된다. 교류회라는 완충지대를 만들고 이해와 소통, 교류와 대화의 메신저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목사=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양회를 중심으로 기독교를 양성화한다고 해도 가정교회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가정교회는 문자 그대로 과거 극심한 탄압 가운데서도 생명을 유지해온 풀뿌리 교회이기 때문이다. 다만 가정교회 선교는 이전과 달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가정교회에 대한 외국 선교사들의 지원을 중국 정부뿐만 아니라 삼자교회도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를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국에서 사역하는 비공인 선교사들의 문제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 한·중 교회는 과거 서구 기독교의 ‘군림하는 선교’ 패러다임을 지양하고, 대화와 섬김, 상호 호혜와 협력을 원칙으로 관계를 쌓아가는 쌍방통행식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 교류회는 바로 이런 입장에서 신학교육 강화, 말씀운동 활성화, 이단문제 해결, 개인구원을 넘어 사회구원으로 나아가는 데 중국교회와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류 목사=한국교회는 중국교회의 복음적 신학 발전, 중국 기독교 지도자 양성, 교회의 작은 자 섬김 활동, 한국교회 성장·목회 경험 나눔, 이단 공동 대처 등 할 일이 참 많다. 교류회가 귀한 일들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기도해 주시고 협력해 달라.
△이 목사=한·중 교류가 근본적이고 영적인 차원으로까지 깊어지게 되면 마침내 북한의 문도 열리리라 소망한다. 냉정한 국제관계의 논리와 타락한 인간성만으로는 남북관계든 한·중관계든 진정한 선의의 사귐으로 이끌기 어렵다. 오직 ‘우리의 화평이 되시며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는 그리스도’(엡 2:14)가 중보자가 되셔서 그 안에서 연합하고 교제할 때 모든 닫힌 문이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박 원로목사=한국과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문화 정치 경제 종교 등 모든 면에서 멀리할 수 없는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중국의 위상이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교회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국가의 정책적 통제를 받고 있긴 하지만 엄청난 선교의 가능성과 자원을 갖고 있다. 전 세계에 화교들이 흩어져 있고 젊은이들이 기독교 신앙을 수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교회가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아시아는 물론 세계 선교에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한·중 교회는 함께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긍정적 이해와 참여가 필요하다. 양국 교회의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기도해주시기 바란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