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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한국교회 이사 파송을 제한한 연세대의 설립정신 회복 방안은2013-09-01

 




“한국교회 이사파송은 기독교정신 유지 위한 최소한 장치”



한국교회의 이사 파송 권한을 제한한 연세대학교 개정 정관의 재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일보는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김근상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과 손달익 NCCK 연세대설립정신회복을위한기독교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를 초청해 연세대 설립정신 회복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연세대가 결단해 정관을 재개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참석자>



김근상 대한성공회 의장주교·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손달익 예장 통합 총회장·연세대설립정신회복위한 기독교대책위원장



이영훈 기하성(여의도순복음) 총회장·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사회: 이승한 종교국장>




-최근 연세대 문제가 한국교회의 중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연세대에 대한 평소의 생각은.



△손달익 목사=연세대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우리학교로 생각하는 학교다. 학교와 아무 관계가 없는 분들도 한국교회가 설립한 학교라는 이유로 연세대를 위해 기도하며 지원해 왔다. 우리 목회자들은 연세대를 ‘자랑스러운 우리 학교’ ‘한국교회의 학교’라고 생각해 왔다.



△김근상 주교=불교에 동국대가 있다면 우리 기독교에는 연세대가 있다. 손 목사께서 말씀하신 대로 ‘우리 대학’이다. 어떻게든 우리 교회가 돌보고 키워야 할 대학이다.



△이영훈 목사=연세대의  역사가 곧 한국 기독교의 역사이며, 개인적으로는 모교이기도 하다. 개화기에 기독교가 한국에 들어와 공헌한 분야가 교육과 의료인데, 이를 위해 세운 곳이 바로 연세대다. 연세대가 정관을 개정, 한국교회의 이사 파송을 제한한 것은 설립정신에 위배된다.



-연세대 이사회에 한국교회가 이사를 파송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 목사=연세대는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과 비슷한 존재로 개인이나 한 집단의 학교가 아니다. 한국교회가 공공성을 발현하는 장이며, 한국교회와 함께 성장해 온 학교다. 연세대와 한국교회는 서로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김 주교=기업가나 사회유지 등을 이사로 선임하면 영국의 옥스퍼드대나 케임브리지대처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성장도 중요하지만 (설립)이념을 깨면서까지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계의 이사 파송은 연세대가 기독교 정신을 절대 잃지 않도록 하겠다는 숙명적 요구라고 생각한다.



△손 목사=교단이 공식적으로 이사를 파송한다는 것은 한국의 공교회와 연세대가 공적인 관계를 맺고 상호협력하며 보완하는 긍정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실제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연세대가 이 조항을 삭제한 것은 공식적으로 한국교회와 관계를 단절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은 근본과 본질, 건학이념의 문제다. 이 문제가 해결돼야만 앞으로도 교회가 학교에 신앙적 영향을 줄 수 있고, 학교를 통해 훌륭한 기독교 지도자들을 양성할 수 있다.



-연세대와 한국교회의 관계를 잘 아는 이사회가 왜 정관을 개정했다고 생각하나.



△손 목사=왜 개정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답답하지 않을 것 같다. 아무런 설명은 없고, 후문만 들려오는 상황이다. 이사 파송제도의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이 한국교회에 전달된 적도 없고, 한국교회의 이해를 구한 적도 없다. 학교 운영 방침을 외형적 성장주의에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다.



-연세대의 설립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법적 책임과 권한을 지니고 있는 이사들의 면모가 중요하다. 그런데 기독교 정신이 투철하지 않은 인물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손 목사=연세대 이사회가 이사를 선임하면서 학교의 정체성이나 학교 운영의 지향점 등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 결정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학교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연세대의 정체성은 기독교 학교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기독교인 이사의 선임은 학교의 정체성과 설립이념 구현이라는 근본 취지와 맞지 않다.



△이 목사=우리가 알기로 연세대 이사회는 기독교 인사로 구성한다는 것이 전제인데 그 전제가 무시됐다. 큰 범주에서 볼 때 기본원칙에서 위배됐다는 것은 무리한 결정이 아닌가 싶다.



-연세대 이사회의 정관 개정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한국교회가 반성해야 할 점이 있다고 본다.



△김 주교=성공회에서는 한 분이 오랜 기간 이사(장)를 역임했다. 그런데 교계의 힘을 모아 새로운 사업을 하고, 연세대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미흡했다.



△이 목사=실제로 지난번 정관 개정 당시에 교단에서 파송된 이사들이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명했다면 이런 결과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그분들이 동의를 하고, 서명을 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정관이 개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



누군가 사수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김 주교=결국 이 사태는 모두 한국교회의 책임이다. 이사를 파송해 놓고, 제대로 관리를 못했다.



△손 목사=당시 2명의 우리 교단 파송 이사가 있었는데도 정관 개정을 제지 못한 것은 어떤 이유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연세대 이사회가 개정한 정관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관 재개정을 요구해 왔다. 합법적 개정이라 법적인 대응 외에 다른 해법은 없는가.



△김 주교=법률적 소송을 제기했지만 한 번 졌다. 그런데 ‘졌다’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재판부는 연세대 이사회가 잘못했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상황을 바꿔놓을 만큼 잘못하지는 않았다고 판결했다. 그래서 지금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3일 두 번째 재판이 시작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손 목사=대책위가 바라는 것은 사회법정의 판결에 의해 정관을 바로잡는 것보다 연세대 이사회가 한국교회의 요청을 진중하게 수용해 정관을 재개정하는 것이다. 한국교회와 연세대가 사회법정에서 송사를 벌인다는 것 자체가 좋게 보이지 않는다. 연세대 이사회가 한국교회의 정당한 요구와 희망을 전면적으로 수용해 주시기 바란다. 다행히 새로 선임된 이사들 가운데 지난번 정관 개정의 부당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원래 정관으로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분들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분들 외에도 많은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도움을 구할 것이다. 연세대가 다시 하나님을 위해 소중히 쓰일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



△이 목사=저도 충돌과 대립을 통한 해결보다 한국교회가 이사들을 설득하고, 이사들도 본인의 책임을 통감해 법정 밖에서 해결되기를 바란다. 대화를 통한 타협으로 현 정관의 문제점을 스스로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 목사=교계에서 지적하고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권익이나 몫을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교회의 자랑인 연세대가 한국교회와 지속적 관계를 갖고, 기독교 학교로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이사 파송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



-정관 재개정을 요구하면서 한국교회가 연세대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이상할 것이다. 교회가 연세대를 위해 감당해야 할 책임은 무엇인가.



△김 주교=지금까지 개별 교회 차원에서 많은 교회가 장학금을 기부하거나 연세대의 여러 프로젝트에 동참해 왔다. 하지만 이사회나 학교 행정기관에서는 이를 한국교회의 영향력이나 동참이 아닌 개별 교회의 참여로 본 것 같다. 앞으로는 연세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국교회 차원에서 묻고 지원할 것이며, 연세대도 한국교회에 지속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한국교회만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조직도 없다. 연세대가 한국교회와 관계를 잘 정립해 세계교회와의 네트워크도 이뤘으면 좋겠다. 사태해결을 위해 연세대 이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목사=초심, 즉 설립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역사성이라는 것은 원래 갖고 있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이사회에 바라는 것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기독교 인재양성’이라는 연세대 설립정신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기독교 정체성이 없어진다면 연세대가 일반 사립대와 다른 것이 무엇이겠나. 교단이사파송은 정체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이 점을 이사회가 잘 이해하기 바란다.



△김 주교=이사회가 기독교를 세력이나 파워게임의 대상으로 보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연세대가 기독교 정신을 가진 학교로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교회도 그동안 제대로 기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자성한다. 한국교회가 연세대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 회복시켜 주기 바란다.



△손 목사=연세대 이사회가 정관을 개정한 지 만 2년이 다 돼 간다. 그리고 이 즈음에 세계교회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세계교회협의회 총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연세대가 대승적 차원의 결정을 통해 한국교회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교회와 학교가 함께 한국사회는 물론 세계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정리= 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