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국가조찬기도회 현장
“하나님. 이 나라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남북간, 동서간, 계층간, 여야간에 쌓여온 두터운 갈등의 장벽을 주님의 사랑으로 녹여내어 주옵소서.”
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5회 국가조찬기도회(회장 김명규 장로)는 시종 은혜의 열기로 가득했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여·야 정치인, 외교사절, 안내자까지 3000여명의 참석자들은 모두 국가 발전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녹색 반코트를 입은 박 대통령은 밝게 웃으며 기도회장에 입장했다. 황우여 국회조찬기도회 회장이 “오늘 이 아침에 마흔다섯 번째 국가조찬기도회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과 찬송을 올린다”며 개회를 선언했다.
특별기도를 맡은 김신 대법관은 “국민화합에 기독교인 모두가 솔선수범할 것”을, 박래창 한국 CBMC(기독실업인연합회) 직전 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사려깊은 분별력과 판단력을 주실 것”을, 김요환 제2작전사령관은 “국가 지도자들에게 다윗의 용맹과 솔로몬의 지혜를 달라”고 각각 기도했다. 이때 박 대통령은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주제로 설교했다. 이 목사는 “이제 우리 모두 정의를 행하고 하나님 앞에서 의로운 삶, 긍휼과 자비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삶, 겸손히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자”며 “특히 모든 정치인들이 겸손의 옷을 입고 국민을 섬겨 주길 바라며 더 이상 극한 갈등과 대립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공의와 사랑으로 무장되면 새로 세워진 대통령과 지도자들, 우리 조국 자유 대한민국 위에 하나님의 크신 축복이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가 메시지를 선포하자 참석자들은 “아멘, 할렐루야”로 답하며 말씀의 의미를 새겼다. 미국 등 16개국에서 온 교회 지도자 200명도 45회를 맞은 한국의 국가조찬기도회에 놀라움을 표하며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해 한뜻으로 기도했다.
인사말을 한 박 대통령은 “성직자들과 기독교인들이 우리 사회와 세계 곳곳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사랑과 봉사의 마음을 나누어 오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였다. 이어 “그런 숭고한 활동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보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인류평화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가의 역할도 여러분과 같아야 한다고 본다. 모든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봉사를 실천하고 솔선수범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10월 부산에서 세계교회협의회 10차 총회가 열리는 것으로 안다.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 도중 8번의 박수가 이어졌다. 이 순간만큼은 여당도 야당도, 보수도 진보도 없었다. 기도와 찬양 가운데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이어 참석자들은 하나님의 공의가 이 땅에 가득하길 간구하며 찬송가 79장(통40)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힘차게 불렀다. 찬양이 울려 퍼지자 무거웠던 실내 분위기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어떤 난관이라도 뚫고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기도회를 마친 뒤에도 박 대통령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식사를 하면서 동석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박 대통령은 같은 테이블의 목회자들에게 여러 차례 “감사하다”고 말했고, 목사들은 “반드시 성공하는 정부가 되어 달라”고 말했다.
최숙정 그림산선교예술학교 학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서 아름다움과 건강을 잃지 않고 국민을 최우선으로 한 정치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한태영 인천 은혜와평강교회 목사는 “성도와 목회자 모두 애국심을 갖고 나라를 위해 항상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전 행사로 김주하 MBC 아나운서의 사회로 글로리아 오케스트라, 팀, 테너 김승일, 소프라노 임청화 등이 출연한 공연이 있었다. 조찬기도회 중 CBS 소년소녀합창단과 여의도솔리스트앙상블이 ‘천국의 승전가’와 ‘주 찬양하리라’를 불러 참석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