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한국교회를 말하다] 이영훈 목사 "교회 내 궁핍한 자 없었다.2013-02-05
2013년 한국사회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상생, 힐링의 요구가 높다. 교회에 균형감각과 소통능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한국교계에서 오순절 영성과 사회적 실천이라는 통찰력을 지닌 지도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이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과 홈리스대책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굿피플 이사장으로 사회적 약자를 섬기는 모범을 보여줬다. 국민일보는 C채널과 공동으로 최근 이 목사와 대담을 갖고 교회가 사회적 섬김을 위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대담=최일도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2012년을 평가하고 2013년 소망의 메시지를 말해 달라.
△이영훈 목사=한국교회가 어려움 속에서 변화, 성장, 하나 되기 위해 노력했다. 과거의 아픔은 성장을 위한 진통이었다고 본다. 올해는 꿈과 희망이 요구된다. 새로운 대통령도 꿈과 희망을 이야기했다. 기독교인도 대한민국도 꿈과 희망을 줘야 한다.
△최 목사=2013년 한국사회를 전망한다면.
△이 목사=서민들이 어렵게 지내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적 분열에 대한 회복이 필요하다. 가진 자는 너무 많이 갖고 없는 자는 없다. 그 간격을 좁히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 남과 북, 동과 서의 갈등 때문에 분열되고 극단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새 대통령은 대립을 지양하고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는 일을 해야 한다. 상생의 정치에 집중한다면 한국이 새롭게 발전할 것이다. 이 일에 한국교회가 협력해야 한다.
△최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에 취임한 지 5년이 됐다. 감회는.
△이 목사=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다. 그 자리에 선다는 것 자체가 인간적 노력으론 절대 불가능하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님의 사역이 워낙 크고도 방대해 그에 비하면 부족함이 많다. 조 목사님이라는 거목이 걸어가신 길을 따라가고 있다.
△최 목사=다들 교인이 점점 줄어든다는데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늘어난다.
△이 목사=한국교회가 침체기를 맞았다고 보지 않는다. 만나는 목사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성경중심, 성령충만을 강조하는 교회는 성장한다. 기도와 성령, 말씀운동이라는 전통을 잘 계승하고 사랑의 섬김 활동을 펼치니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 같다.
△최 목사=예배 나눔 교제 등 기본에 충실한 교회가 한국교회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이 목사=건전한 교회, 성경의 원리대로 하는 교회는 성장한다. 교회의 긍정적인 것들은 확산되지 않고 소홀히 넘어가지만 부정적 여론은 빨리 확산된다. 언론이 한두 가지 문제만 집요하게 부각시키는 것은 역기능이다. 한국교회의 긍정적인 것, 사회적 공헌을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최 목사=교회의 성장이 수평이동 때문이라는 말이 많다. 하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믿지 않는 영혼이 예수를 믿어 새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이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대부분 처음 예수 믿는 사람들이 온다. 교회가 리더들에게 요청하는 사항은 최소 1주일에 한사람 이상씩 전도하고 1년에 50명 이상 전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받은 은혜는 쥐고 있으면 사장되기 때문에 은혜는 나눠야 한다. 이렇게 복음을 전하니 많은 분들이 교회에 온다. 또한 사랑실천이 교인뿐만 아니라 믿지 않는 분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어 자발적으로 교회에 나오는 분들이 많다.
△최 목사=설교준비는 어떻게 하나.
△이 목사=설교는 목회의 전부라 할 수 있다. 주일부터 화요일까지 아웃라인을 정하고 매주 1∼2권의 책을 읽는다. 주로 그 주에 나온 신간이나 기독교 서적, 베스트셀러를 참조해 우리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살피고 설교와 접목한다. 성도들에게 도전을 줄 수 있는 신앙의 고전도 첨가해서 말씀을 전한다.
△최 목사=장로교 출신이라 들었다.
△이 목사=우리 집은 4대째 장로교 집안이다. 친할아버지는 평양 서문밖교회 장로님이셨는데 1948년 6월 시집을 간 고모 한 분만 빼놓고 전 가족을 데리고 월남하셨다. 그렇게 처음 간 곳이 영락교회다. 64년 할아버지가 그 당시 순복음중앙교회 새벽예배를 다녀오시더니 “순복음교회로 교회를 옮겨야겠다”고 하셔서 온 가족이 교회를 옮겼다. 그렇게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순복음교회를 만났다. 순복음교회를 다니면서 성령체험을 하고 나니 예수님이 살아계시고 내 안에 걸어 들어오시는 성령체험을 했다. 청년 조용기 목사는 성령충만, 절대긍정의 믿음을 늘 강조하셨다. 어떤 부정적 생각을 않고 긍정적 고백을 하는 훈련은 지금까지도 나의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최 목사=초등학교 때부터 별명이 목사였다고 들었다.
△이 목사=초등학생이었지만 어른 예배와 부흥회를 빠진 적이 없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서대문에 있던 시절 매일 부흥회를 하다시피 했다. 어떤 때는 5일, 1주일, 2주간 부흥회를 했는데 교회 있는 게 너무 좋았고 말씀이 너무 좋았다. 한국교회 유명 부흥강사의 설교를 안 들어본 적이 없다. 교회 가서 설교 듣는 게 너무 좋았다.
△최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세계 최대의 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 목사=연세대 민경배 교수님의 말씀처럼 순복음교회는 한국교회 영성의 원초적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1903년 원산대부흥운동과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의 강력한 회개 기도 말씀 성령 운동은 일제시대를 지나면서 점차 사라졌다. 그러다가 혜성처럼 나타난 순복음교회가 잠자는 영성을 깨웠다. 결국 영적 갈급함을 채워주는 교회로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최 목사=민중신학이 열매를 맺지 못한 것은 엘리트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성령운동은 가난한 사람에게 절대 긍정, 희망을 제시하며 그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 목사=연세대 유동식 교수의 말처럼 순복음교회의 영성은 여성적이고 모성적인 것으로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 민중신학이 지식인의 그룹에서 구호 제창으로 끝났다면 순복음 신앙은 민중으로 시작해 민중과 함께 온 것이다.
△최 목사=새해 첫날부터 10일간 열린 열두광주리 새벽기도회에 38만명이 참석했다고 들었다.
△이 목사=한국교회의 영성은 새벽기도회 영성이다. 기록을 보면 새벽기도회는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을 경험한 성도들이 밤늦게 기도하고 불타는 마음에 밤잠을 자지 못하고 70∼80명이 새벽에 교회로 나와 서성이면서 시작된 것이다. 성령운동의 열매인 것이다. 성령운동과 기도운동은 떼놓을 수 없는 것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성령운동 역시 기도의 영성이다.
△최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어떤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가.
△이 목사=예산의 3분의 1이 선교, 나눔에 사용된다. 개인적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많다. 대학 다닐 때 난지도 철거민촌에 봉사를 나가곤 했다. 철거민촌 버스 종점에 내려 ‘정말 같은 하늘 아래 이렇게 살 수 있을까’ 하고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소외계층을 돌보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일부가 돼야 한다. 교회는 국내외 심장병 어린이 치료,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정, 지역아동센터, 노숙인 등을 지속적으로 돕고 있다. 지난해 말 교회는 극빈가정 1만 가구에 10만원 상당의 생필품 박스를 지원했다. 많은 교회가 우리교회처럼 지역을 잘 섬기고 있다.
△최 목사=경제가 어려워진다.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이 목사=사도행전 2장을 보면 교회 내에는 궁핍한 자가 없었다. 교회 내에서 1차적으로 가진 사람들이 먼저 내놔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교회 내에 머물지 말고 성도들이 살고 있는 주변으로 확대해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
△최 목사=결국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은 교회의 나눔처럼 통전적 영성 아니겠나.
△이 목사=은혜와 축복을 모으는 데 치중하지 말고 받은 은혜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삶의 변화, 성숙이라 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작은 예수로서 운동이 계속된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나의 모습은 사라지고 내가 지나간 곳에 예수의 흔적만 남아야 한다. 그렇게 참된 영적 변화의 모습을 보인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분명 한국교회는 세계를 움직이는 교회가 될 것이다.
△최 목사=기도제목이 있다면.
△이 목사=무엇보다 목회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겸손하게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섬길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강력한 성령운동이 세계교회를 살리는 운동으로 확산되고, 서민교회로서 나눔과 섬김을 잘 할 수 있도록 잊지 말고 기도해 달라.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