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홈리스 문화제 "노숙인 2만명 시대… 일터 제공해 자활 도와야"2011-11-28
부산·서울·대전서 진행… 문화공연 열어 시민 붙잡아
자립 성공한 노숙인 참가해… "자신과의 싸움" 조언도
'2011 홈리스 문화축제'에 출연한 인디밴드' 일단은 준석이들'이 26일 서울역 광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문화축제는 노숙인들이 건강하게 지역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굿피플 제공
26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011 홈리스 문화축제, '희망을 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톡톡'. 노숙인들의 재활, 자활, 주거ㆍ복지 문제를 돕기 위한 '아주 특별한 행사'다.
국제개발 NGO인 굿피플과 서울노숙인복지시설협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홈리스대책위원회 등이 주관한 행사는 전날 부산역을 시작으로 이날 서울역과 대전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대회장을 맡은 이영훈 목사, 나현 서울시의사회장, 류시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등과 노숙인 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 목사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축제를 발판으로 민ㆍ관이 잘 협력해 노숙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는 맡은 방송인 최선규씨도 "노숙인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외로움'을 꼽는다. 홈리스 문화축제가 이들이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문화축제의 일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부스에선 오후 늦게까지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는 각종 쉼터와 사회적 기업의 홍보가 이어졌다. 부스에선 홈리스 지원을 위해 발행되는 잡지 빅이슈 코리아와 노숙인들이 농사를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서울시예비사회적기업 '참살이 영농조합', 정신장애노숙인들이 천연비누를 생산하는 '비전새움터' 등 다양한 사회적기업 모델이 소개됐다. 류시문 원장은 이와 관련, "전국의 노숙인들은 2만 여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들에 대한 일시적 지원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이들이 일터로 가서 땀의 정직함과 노동의 신성함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숙인들이 주거 공간을 상담하는 부스도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와 주거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나눔하우징 측은 "쪽방촌 거주자가 임대주택에 들어가고 싶다고 문의하거나 쉼터 입소와 관련된 질문들이 꾸준히 들어왔다"며 "도움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은 따로 시간을 잡아 상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립에 성공한 노숙인들도 행사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2년 전부터 경기 양평에 있는 예비 사회적 기업에서 농사를 지으며 정착한 안광훈(59)씨는 이날 직접 수확한 무를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며 "나 역시 젊은 시절부터 쪽방과 거리를 전전했다. 힘들더라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노숙인 생활을 끝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중앙 무대에선 인디밴드 '일단은 준석이들'과 포크그룹 '나무자전거' 등의 문화 공연이 열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행사 주최 측은 "이번 문화축제가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매주 사회복지사와 심리상담사를 배치한 진료차량을 운영해 노숙인들의 정착을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