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온전한 한 몸 이루다… 2011-02-24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NCCK 회장 취임 감사예배
“몸에 두 팔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는 함께 손을 잡고 나가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영훈 목사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이 된 것은 한국 교회의 자랑입니다. 국회보다 낫지요, 안 그렇습니까?”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말에 좌중에 웃음과 박수가 터졌다.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의 NCCK 회장 취임 감사예배가 열린 24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는 정치인들이 상당수 자리해 있었기 때문이다.
기독교계와 사회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한 이날 예배에서는 대표적인 보수 교회의 담임목사가 진보 성향의 NCCK 수장이 된 의미를 다각도로 해석한 축사들이 이어졌다. 대부분 위기의 한국 교회에 ‘희망의 상징’이 되리라는 낙관론이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조 목사 설교의 다소 직설적인 표현들이었다. “다 알다시피 NCCK는 자유주의적인 신학사상에 서서 뭉친 단체”라고 정의한 조 목사는 “제가 신학생 시절 스승이었던 김치선 박사는 저보고 ‘NCCK 근처에도 가지 마라, 타락한 단체다’라고 했고 저도 거기 속한 사람들은 전부 다 괴물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에 단상과 좌중의 NCCK 임원 및 관계자들 사이에 잠시 긴장이 흘렀으나 조 목사는 “고 강원용 박사와 교류하고, 독일 자유주의 신학의 거두인 몰트만과 직접 만나 대화하면서 본질적인 신앙관은 서로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보수와 진보는 함께 손을 잡아야 온전한 몸을 이룬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 목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NCCK가 연합해서 일해 달라”고 당부하며 “보수 신학자요 목회자인 이 목사가 NCCK 회장이 된 이 획기적인 일을 한국 기독교가 일치단결하는 귀한 동기로 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임기 동안 기독교 진리의 핵심인 사랑의 구체화, 즉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겠다”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을 설립해 한국교회 성장과 성숙을 도모하겠다”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준비를 통해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 세계 교회와의 연대의 계기로 삼겠다” “북한 동포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할 구체적 방법을 찾겠다” 등 네 가지 중점 사업방향을 밝혔다.
이어진 축사 순서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박명환 국민소통비서관이 대독한 글에서 이 회장의 취임을 축하하며 “사회에 대한 기독교의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NCCK가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길자연 한기총 대표회장은 이 목사를 “조용기 목사님의 신앙의 아들로서, 바울 사도의 믿음의 아들이었던 디모데와 같은 존재”라고 설명하며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와 공동의 목표 속에서 한기총은 NCCK와 함께 일해 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소망했다.
연세대학교 김한중 총장은 “제가 이 목사님의 NCCK 회장 취임을 특별히 기뻐하는 것은 2013년 WCC 총회 때문”이라고 말했다. “복음의 순수성을 바탕으로 한국교회 내에 WCC에 대해 오해를 가진 보수적 지도자들을 설득하고 상처를 치유할 적임자”라는 것이다.
WCC 울라프 트베이트 총무도 영상 축사를 통해 “부산 총회에 한국 오순절 교회와 복음주의 교회들이 함께 참석하고 힘을 합치게 되길 기도한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전 NCCK 회장 김삼환(명성교회) 목사 역시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중시하는 보수 신앙도 귀하지만 교회와 이웃의 관계를 맺는 사회 선교도 꼭 필요하다”면서 “(이 회장 취임을 계기로) 두 가지가 함께 이뤄진다면 한국 기독교와 이 나라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축복했다.
이날 예배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민주당 정세균 조배숙 의원 등 내빈과 NCCK 회원교회 대표 등이 자리해 900여석을 꽉 채웠다. 이 회장은 “오늘까지 해온 대로 여러분의 하나님 아훼께만 충성을 바치도록 하시오”(수 23:8)라는 성경 말씀이 새겨진 취임패를 NCCK 부회장단으로부터 전달받았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