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정해진 조용기 목사 ″오늘은 기쁘고 즐거운 날″ 2006-11-12
[쿠키 문화] “모두 금쪽같은 저의 제자들입니다. 오늘은 참 기쁘고 즐거운 날입니다.”
세계 최대의 기독교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당회장 조용기 목사는 자신의 후계자가 정해진 12일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활짝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 1219명은 임시당회를 열어 조 목사가 1958년 개척해 반세기동안 섬겨온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차기 담임목회자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나성순복음교회의 이영훈 목사를 선출했다.
조 목사는 최대한 말을 아끼며 신중하게 당회를 주재했다. 이날 낮 12시30분 여의도순복음교회 제2교육관 11층 전도실에서 시작된 임시당회에는 지성전의 장로들까지 포함,933명이 참석했다. 취재진들과 투표 보조요원들까지 몰려 회의장은 어느때보다 북적거렸다.
이날의 안건은 ‘차기 담임목사 선출의 건’. 교회 운영위원회에서 거친 예비 투표에서 다수 표를 얻은 이영훈 최명우 고경환 목사를 두고 전체 장로들이 투표를 벌였다.
투표에 앞서 조 목사는 “48년동안 교회의 성장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후임 담임목회자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3분 목사님 중 누가 좋다고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고,끼치지도 않았다”며 자신은 중립을 지킬 것임을 다시 확인했다. 그는 “난 누구에게도 투표하지 않겠다”며 “성령이 뽑는 거지,내가뽑는것 아니다. 내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껏 기도하고 투표하기 바란다. 세 목사님 모두 훌륭하신 분들이고,나의 제자들이다. 나는 세사람 모두 맘에 든다”고 장로들에게 밝혔다.
장로들은 3명 목사의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를 받아 선거관리위원회가 설치한 기표소에 들어가 기표를 한 뒤 준비된 투표함에 표를 넣었다. 투표는 40여분만에 순조롭게 끝났다.
투표가 진행되자 조 목사는 단상에 홀로 앉아 담담하게 투표 과정을 지켜봤다. 기도를 드리는 듯 가끔 눈을 감기도 했다. 마침내 투표 결과가 적힌 종이가 조 목사의 손에 전해졌다.
“투표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영훈 목사님 435표,최명우 목사님….”
조 목사는 “이영훈 목사님이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차기 담임목사 후보로 정해졌습니다. 이 목사님은 앞으로 2년간 우리 교회에서 담임 서리로 적응 과정을 거친 뒤 공동의회에서 추인을 받아 담임이 될 것입니다”라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땅 땅 땅’
의사봉 소리는 평소와 다름 없었다.
카메라가 단상으로 몰려들자 조 목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띄며 웃는 얼굴을 보였다. 일말의 아쉬움이나 미련이 남아있을법한데,그의 얼굴에는 그런 기미를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 “오늘은 너무나 기쁘고 즐거운 날”이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투표에 참여한 장로들은 무엇보다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절차를 거쳐 조 목사의 후계자가 결정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등록교인만 75만명이 넘는 거대한 조직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그동안 조 목사의 카리스마에 크게 의존해왔기 때문에,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후계자가 정해질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동안 국내 대형교회들이 후계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저마다 달랐고 일부 교회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기도 했다. 국내 대형교회 중 후계자를 당회의 공개 투표를 거쳐 선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 회장 이종근 장로는 “세계적인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후계자 문제를 민주적인 투표 과정을 거쳐 선출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투표에 참여했던 장로들은 “이 목사는 우리 교회 주일학교 출신이면서 국제신학연구원장을 지내는 등 중요한 일을 많이 감당해와 친숙하다”고 말했다.
현재 LA에 있는 이 목사는 내년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담임목사 서리’로 2년간 수련 과정을 거친 뒤,교회의 침례교인들이 참여하는 공동의회를 통해 세계 최대 교회의 정식 담임 목회자로 최종임명될 예정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이제 젊은 이 목사가 새로운 담임으로 오게된 만큼,교회가 젊은이들을 향한 선교의 열정을 다시 일으켜 더욱 젊은 교회로 새롭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